봄동 정성화 유년 시절에 살았던 집은 재래시장 안에 있었다. 우리 집에 방 한 칸을 얻어 세 들어 살던 아저씨는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우리 집 바로 앞에서 그릇을 팔았다. 평소 말이 없던 아저씨가 그릇을 팔 때면 완전히 딴사람이 되었다. 한쪽 발을 굴러가며 박수를 치거나 노랫가락을 흥얼거렸고 때로는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객쩍은 농담을 하기도 했다. 장사를 하면 그렇게 신이 나는지 궁금했다. 닷새마다 돌아오는 장날을 두고 어른들은 '촌놈 생일'이라고 했다. 다들 자신의 생일을 맞은 듯 즐거운 표정이었다. 반가움에 서로 손을 맞잡고 그동안의 밀린 안부를 묻는 사람들 뒤에서는 국밥집의 가마솥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다리가 묶인 채 날개를 퍼덕이던 장닭, 기름기가 반들반들하던 부침개, 요란하게 북을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