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경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새 / 조혜은 [2020년 한경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새 조혜은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새를 보고 새를 볼 수 없을 땐 새를 상상해 왔다. 여덟 살 때부터 치기 시작한 피아노마저 건초염으로 오년 전 그만둬버리고 내게 취미라고는 새를 보고 새를 상상하는 것이 유일하다. 눈앞에 있지 않은 새를 상상하.. 문예당선 수필 2020.01.01
[2020 매일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아버지 게밥 짓는다 / 김옥자 [2020 매일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아버지 게밥 짓는다 김옥자 달무리 속으로 언뜻언뜻 구름이 흘러들다 사라지는 밤, 정월대보름 놀이를 하느라 한껏 들뜬 여흥이 가시기 전 경광등을 켠 경찰차가 마당으로 들어섰다. 제복을 입은 경찰이 차에서 내리더니 보호자를 데리러 왔다고 했다. 농.. 문예당선 수필 2020.01.01
[2020 전남매일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불씨 / 제은숙 [2020 전남매일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불씨 제은숙 장작이 탄다. 불이 붙기 시작하면 확확 타오른다. 마른 나무가 몸을 뒤채며 터지고 끊어진다. 치솟을 땐 다가갈 수도 없게 뜨거웠던 것이 잦아들면 은은한 열기와 함께 옆자리를 내어준다. 숯불은 불길을 제 속에 불러들여 스스로 발광한.. 문예당선 수필 2020.01.01
[2020 제주新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붉은사슴이 사는 동굴 / 서정애 [2020 제주新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붉은사슴이 사는 동굴 서정애 붉은 불빛 한 줄기가 게슴츠레 눈을 뜬다. 확대기에 필름을 끼우고 적정 빛을 준 인화지를 바트에 넣고 흔든다. 마지막 수세를 거치면 흑과 백의 피사체가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액체 속의 인화지를 살짝 흔들어준다.. 문예당선 수필 2020.01.01
분내 / 김영희 분내 김영희 치킨 가게를 들어설 때 주인의 뒷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비만의 정도가 심하고 짧은 커트 머리를 하고 있어 남자로 착각했다. 다만 여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두드러진 가슴뿐이었다. 나는 주문을 해 놓고 순서를 기다렸다. 치킨 가게는 주말이어서 생기가 돌았.. 좋은 수필 2019.12.31
[2019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수필 당선작] 마당도배 / 박노욱 [2019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수필 당선작] 마당도배 박노욱 귀찮기만 했던 마당을 도배하던 일이 그립다. 이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라 그럴까. 마른 마당은 늘 평온하다. 비가 내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며칠을 마다하지 않는 비나 모다깃비가 쏟아지면 진흙탕이 된다. 비 온 후 울.. 문예당선 수필 2019.12.20
[제3회 포항 스틸에세이 공모전 금상] 침녀(針女) / 진해자 [제3회 포항 스틸에세이 공모전 금상] 침녀(針女) 진해자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별들과 대화를 나누겠다는 듯이 풀벌레들은 요란하게 소리를 질러댄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와 집으로 들어서는데 반짝이는 불빛이 시선을 끈다. 자세히 보니 반딧불이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반딧.. 문예당선 수필 2019.12.11
애장산 / 박동조 애장산 박동조 고향 마을 뒷산 너머에 '애장산'이 있었다. 죽은 아이들이 묻혀있어 '애장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붉은 비알에 드문드문 돌무더기만 보였던 산이 이제는 나무와 가시덤불 천지가 되었다. 성묫길로 보이는 외줄 여윈 길이 아니었다면 내 집 마당처럼 뛰놀았던 뒷동산을 한.. 좋은 수필 2019.12.09
12월의 독백 .... Giovanni Marradi Best Giovanni Marradi 12월의 독백 /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 음악 감상 2019.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