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193

나무말뚝 / 마경덕

나무말뚝 마경덕 지루한 생이다. 뿌리를 버리고 다시 몸통만으로 일어서다니, 한 자리에 붙박인 평생의 울분을 누가 밧줄로 묶는가 죽어도 나무는 나무 갈매기 한 마리 말뚝에 비린 주둥이를 닦는다 생전에 새들의 의자노릇이나 하면서 살아온 내력이 전부였다 품어 기른 새들마저 허공의 것, 아무것도 묶어두지 못했다 떠나가는 뒤통수나 보면서 또 외발로 늙어갈 것이다

좋은 시 2023.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