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서점 / 김인선 노란 서점 김인선 늙으면 햇살 잘 드는 공터에 집 한 채 지어놓고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로 서점이나 하며 살고 싶다. 판매를 하진 않을 테니 정식 서점은 아니겠고, 굳이 용도를 말하라면 책 읽는 어른들의 문화공간이라 할까. 다 늙어서 웬 책이냐고 물어오면, 세상 이야기 두루두루 나누.. 좋은 수필 2020.01.14
내 안의 빈집 / 심선경 내 안의 빈집 심선경 해거름에 나선 뒷산 산자락에 쑥부쟁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숲 속 산책로의 가래나무 가지 사이, 낯선 거미집 하나가 달려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불안한 시선을 조심스레 그물망에 건다. 무심코 날다 걸려들었을 큰줄흰나비가 망을 벗어나려 파닥거린다. 그물.. 좋은 수필 2020.01.12
다시 봄, 장다리꽃 / 이순혜 다시 봄, 장다리꽃 이순혜 다시 봄이다. 행여 뒤질세라 초목들의 푸른 숨결이 다투어 들판으로 번진다. 밭두렁 여기저기 키 작은 애기똥풀의 눈망울이 말똥하다. 밭이랑에는 샛노란 꽃이 산들바람에 남실거린다. 장다리꽃이다. 긴 대롱 끝에 말긋말긋한 미소들, 장다리꽃이 맑은 얼굴로 .. 좋은 수필 2020.01.09
창 / 김이랑 창 김이랑 그놈 참 똑똑하다. 아무 때나 손가락만 까딱하면 바깥세상을 내다보고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찾는다. 멀리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널리 나를 알릴 수도 있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이 부리는 요술은 상상을 넘어선다. 옛집에도 조그마한 창이 있었다. 창호지를 손.. 좋은 수필 2020.01.07
[디카시] 붓글씨 / 김영빈 붓글씨 청학동 서당의 풍월을 오래 들어왔을 테니 지리산이 붓글씨를 쓴 대도 이상할 게 없다 머리 위 하늘에 힘주어 쓴 '뫼 산' 한 글자 제 이름 석 자를 쓸 날도 멀지 않아 보였다 - 김영빈 사진시집 『세상의 모든 B에게』 좋은 시 2020.01.02
[202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댓돌 / 우광미 [202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댓돌 우광미 그곳은 성전의 들머리다. 저마다 순례길 같은 일상에서 지고 온 남루들을 벗어놓는다. 하루치의 자잘한 삶의 편린들을 정화시킨 후 비로소 맨발을 방으로 들인다. 또 날이 새면 어김없이 새로운 다짐을 찍으면서 나선다. 돌은 연장이 .. 문예당선 수필 2020.01.02
[202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망월굿 / 김애자 [202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망월굿 김애자 강 가운데 생긴 섬마을이다. 태백산에서 태어난 내성천(乃城川)과 소백산에서 출발한 서천(西川)이 만나 마을을 휘돌아나가면서 물돌이동을 만들었다. 삼면이 물로 둘러싸인 수도리 모래사장에는 일 년 중 가장 달이 크게 보이는 정.. 문예당선 수필 2020.01.02
[2020년 영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황동나비경첩 / 이상수 [2020년 영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황동나비경첩 이상수 화초장 위에 황동나비가 고요히 앉아있다. 흡밀吸密이라도 하듯 미동이 없다. 철심鐵心이 박힌 나비의 반쪽은 몸판에, 다른 쪽은 문짝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황금빛 날개가 팔랑거린다. 친정 안방에 .. 문예당선 수필 2020.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