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호미문학대전 흑구문학상 대상] 발톱 / 조미정 [2019 호미문학대전 흑구문학상 대상] 발톱 조미정 발톱이 못생겼다. 세월에 풍화되어 바위만 남은 봉우리가 발가락 끝마다 하나씩 뭉텅 솟았다. 크기마저 제각각인 오합지졸이다. 발이 몸의 뿌리이고 발가락이 지렛대라면 발톱의 역할은 무엇일까. 무생물 닮은 발톱이다. 발의 한 부분이.. 문예당선 수필 2019.10.11
[2019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금상]불목(佛木) / 나식연 [2019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금상] 불목(佛木) 나식연 굽이쳐 흐르는 고갯길. 하늘과 맞닿은 길에는 세상사 번뇌가 끼어들 틈이 없다. 무소유의 길을 거슬러 올라 만난 절집, 그 앞에서 어머니가 허리를 굽히고 또 굽힌다. 구름과 바람만 드나들 것 같은 깊은 산사. 예불을 드리듯 .. 문예당선 수필 2019.10.08
[제10회 달서책사랑 전국주부수필공모전 대상] 다시 책시렁에서 / 이지영 [제10회 달서책사랑 전국주부수필공모전 대상] 다시 책시렁에서 이지영 문간방에 먼지가 세 들어 사는 집이 있었다. 집 앞 큰 길에는 정류장이 없어도 버스가 멈춰 섰다. 해질녘에 버스가 지나가면 그 길 위에는 흙먼지와 아버지가 남겨졌다. 좀 있으면 대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부엌에서 .. 문예당선 수필 2019.09.25
[제10회 천강문학상 대상작] 달팽이의 꿈 / 박금선(박금아) [제10회 천강문학상 대상작] 달팽이의 꿈 박금선(박금아) 지루한 장마였다. 홈통을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에 밀려 오랜만에 베란다 청소를 했다. 화분을 밀어내고 물을 부으려고 할 때였다. 황갈색 왼돌이 달팽이 한 마리가 흙 부스러기 위를 한가로이 기어가고 있었다. 아차! 하는 순간,.. 문예당선 수필 2019.09.09
[제10회 천강문학상 우수상] 슬픔의 무게 / 김영미 [제10회 천강문학상 우수상] 슬픔의 무게 김영미 "여보, 소가 울어요." 남편은 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운다고요?" 내가 재차 묻자 들려던 숟가락을 힘없이 내려놓는다. 삼십여 년 소를 키우며 별일을 다 겪어봤지만 기둥과 문을 잇는 경첩 사이에 발이 끼기는 처음이다. 발목이 .. 문예당선 수필 2019.09.09
[제14회 복숭아문학상 최우수상] 복숭아 귀신 / 김미경 [제14회 복숭아문학상 최우수상] 복숭아 귀신 김미경 무릉도원이다. 새파란 계곡물이 소나기 소리로 퍼붓는다. 물소리에 홀린 듯 발을 담그고 내려서니 무언가가 둥둥 떠내려 온다. 손을 내밀자 발그스레한 복숭아 한 알이 덥석 안긴다. 붉은 치마를 양팔 벌려 떠내려 오는 복숭아를 주워 .. 문예당선 수필 2019.09.03
[제15회 사계 김장생문학상 수필 당선작] 창(窓) / 오미향 [제15회 사계 김장생문학상 수필 당선작] 창(窓) 오미향 엄마가 돌아가신 후 물건 정리를 했다. 부엌 곳곳에 소주병이 숨겨져 있었다. 싱크대 아랫단에서, 양주병과 포도주가 진열된 찬장 구석진 곳에서, 간장병과 식용유 사이에서도 초록색 병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기제사가 끝나고 시.. 문예당선 수필 2019.06.23
[제13회 중봉문학상 우수상] 부음(訃音) / 박시윤 [제13회 중봉문학상 우수상] 부음(訃音) 박시윤 이 겨울, 문 안으로 들지 못한 것들은 한데서 얼었다. 차가운 것에 등을 돌릴 때, 급히 안으로 몸을 들이밀며 식어가던 시간을 추스르던 저녁. 나는 어떤 이들의 고통도 아무렇지 않게 잊었다. 잊었다, 잊었다. 잊어버릴 때까지 눈은 계속 내.. 문예당선 수필 2019.06.19
[2019 기독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작] 궤 / 하미경 [2019 기독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작] 궤 하미경 처음으로 혼자 방을 쓰게 되었을 때였다. 방 한쪽 구석에 그것이 있었다. 거무튀튀한 색의 반닫이였다. 칠이 벗겨진 건지 칠을 한 적이 없었던 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표면이 거칠었다. 양쪽에 손잡이가 있고 가운데에는 까만 쇠 구.. 문예당선 수필 2019.02.04
[제4회 책사랑 전국주부수필공모전 당선작] 바람이 붑니다 / 박연이 [제4회 책사랑 전국주부수필공모전 당선작] 바람이 붑니다 박연이 바람이 붑니다. 한 여름 뜨거운 햇살을 견디다 못한 땅이 도저히 못 참겠다고 내뿜는 열기입니다. 숨이 턱 하고 막힙니다. 나는 주부입니다. 주부의 일상은 싱크대 가득 쌓여있는 그릇도 씻어 정리해야 하고, 여기 저기 벗.. 문예당선 수필 2019.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