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연잎밥 / 조경숙 [2019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연잎밥 조경숙 연잎밥을 지었다. 큰 솥뚜껑을 열자 향을 껴안은 주먹만 한 연밥이 소복하게 담겨있다. 오뉴월 땡볕에 싸움질을 하던 아이들이 마치 한 이불 속에 서로의 몸을 포갠 채 잠자는 모습 같다. 하나둘 조심스레 펼치니 이리저리 곡선을 그.. 문예당선 수필 2019.01.02
[2019 영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마디 / 안희옥 [2019 영주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작] 마디 안희옥 하늘 향해 뻗은 대나무의 기상이 옹골지다. 미끈한 몸매에 둥근 테를 두르고 서 있는 모습은 흡사 초록 옷을 입은 병사들의 열병식을 방불케 한다. 이따금 간들바람이 푸른 대숲을 훑고 지나간다. 무성한 댓잎 사이로 신기루처럼 일.. 문예당선 수필 2019.01.02
[2019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수탉의 도전 / 이인숙 [2019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수탉의 도전 이인숙 수탉이 철조망 틈새 끼인 날갯죽지를 빼느라 발버둥을 친다. 눈망울을 껌뻑이고 붉은 볏을 움찔거리는 모습이 힘겨운가 보다. 틈새가 비좁아 수탉이 탈출하기엔 불가능해 보이건만, 포기할 수 없다는 몸부림이다. 탈출을 .. 문예당선 수필 2019.01.01
[2019 매일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포물선, 마주보기 / 김애경 [2019 매일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포물선, 마주보기 김애경 스크린의 느린 화면에서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과녁에 떨어진다. 문득, 포물선 상의 한 점을 지나고 있는 느린 걸음의 내가 보인다.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해도 화살촉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문예당선 수필 2019.01.01
[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한 걸음 / 이진숙 [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한 걸음 이진숙 토오옥, 토오옥. 봉황산 밑에서 깨 터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저기 엄마가 계시는구나, 비틀거리는 발걸음이 더욱 바빠진다. 예전 같으면 한걸음에 갔을 텐데…. 뇌경색으로 퇴원한 지 일주일. 아직은 마음을 안 따라주는 몸이.. 문예당선 수필 2019.01.01
[2019 한경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나의 부족한 언어로 / 박하림 [2019 한경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나의 부족한 언어로 박하림 엄마는 내게 부러 글을 가르치지 않았다. “엄마, 친구들이 나더러 자기 이름도 못 쓰는 바보래.” 어느 소설에도 써먹었던 대사는 허구의 문장이 아니라 유치원에서 돌아온 내가 실제로 엄마에게 건넨 말이었다. 엄마는 넌 바.. 문예당선 수필 2019.01.01
[제30회 신라문학대상 수필 당선작] 아버지의 혼불 / 김용삼 [제30회 신라문학대상 수필 당선작] 아버지의 혼불 김용삼 버스가 시내를 벗어나자 속도감이 완연해진다. 서너 시간의 여유 탓인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탑게 인사를 나누던 일행들이 하나둘 노루잠을 청하고 있다. 차분하게 비 오는 날의 서정을 누리기에 제격인 분위기다. 살며시 커.. 문예당선 수필 2018.12.30
[제25회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수필 당선작] 복국 / 허은규 [제25회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수필 당선작] 복국 허은규 복국 식당 앞에서는 가끔 복卜집, 점집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용한 점집의 무당처럼 식당 안에 돗자리를 깐 복어가 사람들의 막히고 엉킨 속을 상담하고 있다. 신 내린 무당인양 제 살점을 휘휘 풀어 국탕 속에서 한바탕 살풀.. 문예당선 수필 2018.12.20
[제14회 동서문학상 수필 은상] 파를 다듬으며 / 신안호 [제14회 동서문학상 수필 은상] 파를 다듬으며 신안호 트럭에 쪽파가 산을 이루듯 쌓여있다. 골판지에 큼지막하게 써놓은 가격은 주부들의 시선을 끌기에 좋으리만큼 착하다. 김장김치에 멀미가 날때쯤이면 봄기운을 안고 찾아오는 쪽파다. 가을 쪽파가 알싸하게 매운 맛이 있는데 봄 쪽.. 문예당선 수필 2018.12.16
[제14회 동서문학상 수필 은상] 돌꽃 / 홍성순 [제14회 동서문학상 수필 은상] 돌꽃 홍성순 금강석 꽃잎 위로 포말이 부서진다. 파도가 절리를 덮을 때마다 검은 잎을 한 장씩 펼친다. 마침내 육각기둥이 부채꼴로 둥그렇게 퍼지며 커다란 꽃 한 송이가 피어난다. 만다라 같다. 절벽 아래서 피어난 바다의 야생화에서 훅 향기가 끼쳐 나.. 문예당선 수필 2018.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