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읽는 법 / 박지웅 나비를 읽는 법 박지웅 나비는 꽃이 쓴 글씨꽃이 꽃에게 보내는 쪽지나풀나풀 떨어지는 듯 떠오르는아슬한 탈선의 필적저 활자는 단 한 줄인데나는 번번이 놓쳐버려처음부터 읽고 다시 읽고나비를 정독하다, 문득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나비는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울퉁불퉁.. 좋은 시 2019.07.12
[세월호 추모시] 그 슬픔이 하도 커서 / 이해인 수녀 그 슬픔이 하도 커서 사계절의 시계 위에서 세월이 가도 우리 마음속의 시계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전 국민이 통곡한 세월호의 비극은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고 멈추어져 있습니다 5년 전의 그 슬픔이 하도 커서 바닷속에 침몰하여 일어서질 못하고 있습니다 여행길이 죽음길이 되.. 좋은 시 2019.04.16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 이기철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이기철 벚꽃 그늘에 잠시 생애를 벗어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좋은 시 2019.04.15
봄에 대한 시 모음 봄에 대한 시 모음 다 당신입니다 / 김용택 개나리 꽃이 피면 개나리 피는 대로,살구꽃이 피면 살구꽃 피는 대로비 오면 비 오는 대로 그리워요보고 싶어요.손 잡고 싶어요 봄 /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꽇 삼동을 참아.. 좋은 시 2019.04.14
담장을 허물다 / 공광규 담장을 허물다 공광규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 눈이 시원해졌다 우선 텃밭 육백 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 텃밭 아래 사는 백 살 된 느티나무가 아래 둥치째 들어왔다 느티나무가 그늘 수십 평.. 좋은 시 2019.03.13
노란 잎 / 도종환 노란 잎 도종환 누구나 혼자 가을로 간다 누구나 혼자 조용히 물든다 가을에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대 인생의 가을도 그러하리라 몸을 지나가는 오후의 햇살에도 파르르 떨리는 마음 저녁이 오는 시간을 받아들이는 저 노란 잎의 황홀한 적막을 보라 은행나무도 우리도 가.. 좋은 시 2018.11.30
십일 월 / 나태주 십일 월 나태주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와버렸고버리기에는 차마아까운 시간입니다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좋은 시 2018.11.26
1년 / 오은 1년 오은 1월엔 뭐든지 잘될 것만 같습니다총체적 난국은 어제까지였습니다지난달의 주정은 모두 기화되었습니다2월엔 여태 출발하지 못한 이유를 추위 탓으로 돌립니다 어느 날엔 문득 초콜릿이 먹고 싶었습니다 3월엔 괜히 가방이 사고 싶습니다 내 이름이 적힌 물건을 늘리고 싶습니.. 좋은 시 2018.11.07
그대는 늙어 보았는가 / 양경숙 그대는 늙어 보았는가 양경숙 젊은 시절엔 노인은 처음부터 노인인 줄 알았다 시대에 뒤떨어져 말도 통하지 않고 고집불통인 줄 알았다 늙어 보니 마음은 늙는 것이 아니고 푸른 바탕에 붉은 심장으로 펄떡이더라 늙으니 좋은 것도 많아 도저히 이해 못해 뒤척인 밤들이 그럴 수도 있겠.. 좋은 시 2018.10.19
[디카시] 명의 / 권현숙 명의 커다란 흑싸리 한 줄기 삭신에 피어났네 한 평생 날이 선 팽팽한 신경 줄 이제는 그만 놓아버리고 싶은데 눈치 없는 주인장 이리 또 나를 살게 하시네 [권현숙 - 수필가] 좋은 시 2018.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