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 이기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은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 좋은 시 2018.01.30
연탄 한 장 / 안도현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 차가 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 좋은 시 2018.01.26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 함민복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함민복 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되는 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전세방에서 만학을 하는 나의 등록금을 위해 사글셋방으로 이사를 떠나는 형님네 달그락 거리던 밥그릇들 베니어판으로 된 농짝을 리어카로 나르고 집안 형편을 적나라하게 까 보이던 이삿짐.. 좋은 시 2018.01.24
[결혼하는 사람에게] 약속 / 김남조 약속 김남조 어수룩하고 때로는 밑져 손해만 보는 성 싶은 이대로 우리는 한 평생 바보처럼 살아버리고 말자. 우리들 그 첫날에 만남에 바치는 고마움을 잊은 적 없이 살자. 철 따라 별들이 그 자리를 옮겨 앉아도 매양 우리는 한 자리에 살자. 가을이면 낙엽을 쓸고 겨울이면 불을 지피는.. 좋은 시 2018.01.13
바깥 / 문태준 바깥 문태준 장대비 속을 멧새 한마리가 날아간다 탄환彈丸처럼 빠르다 너무 빠른 것은 슬프다 갈 곳이 멀리 마음이 멀리에 있기 때문이다 하얀 참깨꽃 핀 한 가지에서 도무지 틈이 없는 빗속으로 소용돌이쳐 뚫고 날아가는 멧새 한 마리 저 전속력全速力의 힘 그리움의 힘으로 멧새는 .. 좋은 시 2018.01.12
노병 / 김남조 노병 나는 노병입니다 태어나면서 입대하여 최고령 병사 되었습니다 이젠 허리 굽어지고 머릿결 하얗게 세었으나 퇴역 명단에 이름 나붙지 않았으니 나는 현역 병사입니다 나의 병무는 삶입니다 ―김남조(1927~ ) ('심장이 아프다', 문학수첩, 2013) 좋은 시 2018.01.10
[디카시] 별이 빛나는 시간 / 강미옥 별이 빛나는 시간 살아오면서 별의 별 일들이 많았지 하늘에서 무수히 별이 쏟아지던 날도 있었어 살아온 길 다듬다보니 기억의 서랍에서도 별이 솟아오르네 [강미옥 시인, 사진작가] 좋은 시 2017.12.29
[디카시] 찰나 / 임창연 찰나 바람에 잠시 마음이 흔들리자 햇살은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물이 지문을 채취 당한 건 눈 깜짝 할 사이였다 [임창연 시인, 사진작가] 좋은 시 2017.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