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학도수필공모전 은상] 이 떨리는 손으로 당신의 손을 다시 잡을 수만 있다면 / 최태양 이 떨리는 손으로 당신의 손을 다시 잡을 수만 있다면 최태양 충남대 의학과 3학년 가을의 끝자락에 밤나무에서 툭하고 밤송이 하나가 굴러 떨어졌다. 그렇게 당신의 시린 생도 툭 하고 떨어졌다.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나에게 큰아버지는 말 그대로 커다랗게 다가왔다. 힘든 시절을 살아.. 문예당선 수필 2018.01.01
[2018 영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엄대 / 김옥한 [2018 영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엄대 김옥한 잠든 남편얼굴에 주름이 가득하다. 마른논바닥 같은 그곳엔 구석구석 크고 작은 주름이 떼를 이루고 있다. 이마를 가로 지르는 주름과 눈 가의 잔주름들이 다투어 피어 있다. 마주볼 땐 몰랐는데 잠든 얼굴에서 더욱 선명하다. 어떤 주름.. 문예당선 수필 2018.01.01
[2017년 등대문학상 수필 최우수상] 테왁, 숨꽃 / 박금아 [2017년 등대문학상 최우수상] 테왁, 숨꽃 박금아 다가갈수록 바다는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외지인의 접근을 두려워하는 파도의 울부짖음이랄까. 바닷새의 울음까지 겹쳐 2월의 고내포구는 난장이었다. 그 속을 뚫고 끊길 듯 가느다랗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절절함이 걱정을 한숨으.. 문예당선 수필 2017.12.31
[제29회 신라문학대상 수필 당선작] 작살고래 / 최경숙 [제29회 신라문학대상 수필 당선작] 작살고래 최경숙 단번에 전광석화처럼 내 눈에 꽂혔다. 고래가 척추에 작살이 박힌 채 온 몸을 펄펄 요동치고 있다. 임신한 처와 자식을 떠나 화석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모습 같다. 암벽 속에서 필사적으로 탈출을 감행하는 고래의 몸짓이 검푸른 파도.. 문예당선 수필 2017.12.25
[2017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수필 당선작] 덤 / 이재은 [2017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수필 당선작] 덤 이재은 겨울은 기별도 없이 오고 있었다. 겹겹의 푸른빛으로 빛나던 하늘도, 햇솜처럼 닿아주느라 분주하던 햇볕도 어느새 창백하리만치 투명하다. 코끝을 타고 들어와 손끝까지 저리게 하는 이른 된바람이 떠나는 가을을 절감하게 한다. 아무.. 문예당선 수필 2017.12.20
[제3회 주변인과 문학 신인상] 나무 한 그루 / 정문숙 나무 한 그루 정문숙 동 트기 전, 희붐한 거리의 풍경은 운치를 더하고 수시로 정체되는 도심의 길에 익숙하던 네 바퀴도 간만에 신바람으로 속도를 높인다. 근래에 남편과 단 둘이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지 싶다. 집을 나서며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던 감정으로 충만해진다. 한때 우리는 .. 문예당선 수필 2017.12.19
[제1회 포항스틸에세이 금상] 쇠, 매화를 피우다 / 박순조 [제1회 포항스틸에세이 금상] 쇠, 매화를 피우다 박순조 반백 년이 넘었다. 볼록한 배는 군데군데 상처가 있어도 늘 웃는 얼굴로 나를 지켜준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몸, 가늘면서도 약간 꼬부라진 입, 선비의 깃같이 생긴 머리까지 마치 새끼 백로가 물가 자갈밭에 앉아 엄마를 기다리는 .. 문예당선 수필 2017.12.16
[제1회 포항스틸에세이 대상] 고로(高爐) / 류현서 [제1회 포항스틸에세이 대상] 고로(高爐) 류현서 제철공장의 고로 하나가 사라진다. 반세기 가까이 견디며 보수를 거듭해오다가 생명이 한계에 다다랐나 보다. 세월 앞에는 사람도 노쇠하고 쇠도 산화된다. 고로도 사람의 육신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고로는 잡다한 쇠붙이들을 열로 보듬는.. 문예당선 수필 2017.12.15
[제4회 경북일보문학대전 수필 은상] 각도 / 박지영 [제4회 경북일보문학대전 수필 은상] 각도 박지영 주인보다 늠름한 지팡이가 초인종 없는 대문을 대신 두드린다. 여든 중반인 친정아버지 친구 분들이 병문안을 오셨다. 느닷없는 의식불명으로 일주일가량 병원 신세를 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신 게다. 관절염 환자인 엄마에게, 일시적.. 문예당선 수필 2017.11.24
[제4회 경북일보문학대전 수필 은상] 모탕 / 김순경 [제4회 경북일보문학대전 수필 은상] 모탕 김순경 땅바닥에 누워 있다. 상처를 움켜쥐고 혼자 뒹군 듯 미동도 없다. 셀 수 없는 도끼질에 정신을 잃었는지 일어날 기력조차 없어 보인다. 상처뿐인 육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지만 누구 하나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모탕은.. 문예당선 수필 2017.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