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농어촌 문학상 우수상] 호미의 낮잠 / 박순태 [2016년 농어촌 문학상 우수상] 호미의 낮잠 박순태 마을 곳곳에서 낯익은 풍경이 걸음을 세운다. 텃밭 옥수수는 수정되는 시기에 맞춰 대궁이마다 뿌연 애향(愛香)이 풍긴다. 감자 씨알은 나날이 굵어가면서 주변 흙을 불룩하게 부풀어 올린다. 울도 담도 없다던 울바자를 따라 양대 콩은 .. 문예당선 수필 2016.10.16
[2016 제37회 근로자문학제 당선작] 대문 / 서명순 [2016 제37회 근로자문학제 당선작] 대문 서명순 노모가 홀로 계시는 친정집 대문을 고치느라 난리가 났다. 적당히, 녹이나 걷어내고 기름이나 먹이면 되리라 쉬이 여겼던 작업은 장정 4명이 달라붙어 꼬박 이틀이 걸렸다. 망치, 펀치, 절단기에, 전동 드릴기, 이장 집에서 빌려온 CO2 용접기.. 문예당선 수필 2016.10.14
[제8회 목포문학상 당선작] 삼학도는 섬이다 / 김수형 [제8회 목포문학상 당선작] 삼학도는 섬이다 김수형 입추가 지났지만 여름 숲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폭양 아래 어느 곳이나 불 화덕이다. 그나마 내가 사는 곳에 바다가 있음을 행운이라 생각하며 삼학도로 산책을 가기로 했다. 지난 봄 제주에서 친구가 왔을 때 그의 친정집이 삼학우체.. 문예당선 수필 2016.10.14
[2016년 토지문학제 평사리 문학상 수필 대상] 울지 않는 반딧불이 / 박일천 [2016년 토지문학상] 울지 않는 반딧불이 박일천 시골집 대문 안에 들어서자 텃밭에서 푸성귀를 솎아내던 시어머니께서 흙 묻은 손을 털고 일어서며 환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신다. 가끔 다녀가는 자식들이 적적함을 밀어내는 말동무이리라. 이것저것 물어보며 세상 밖 이야기에 귀 기울.. 문예당선 수필 2016.10.14
[제16회 시흥문학상 우수상] 걸레 / 배종팔 [제16회 시흥문학상 우수상] 걸레 배종팔 시월의 가을볕이 베란다 창틈으로 날아들어 건조대에 닿는다. 빨래 건조대엔 제 할 일을 다 끝내고 한가하게 햇빛의 따사로움을 만끽하는 옷들이 서거나 누워 있다. 한동안 늦가을의 쌀쌀함을 막고 몸의 온기를 데워주고 반듯하게 맵시도 나게 해.. 문예당선 수필 2016.10.07
[2016 제13회 부천신인문학상 수필 당선작] 갯벌 / 전해미 [2016 제13회 부천신인문학상 수필 당선작] 갯벌 전해미 신선한 공기가 나의 폐부 깊숙이 들어와 요동을 친다. 요양 차 고향에 내려서니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꼬막으로 유명한 벌교라는 작은 읍이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청정지역이라 펄 속에 사는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천혜의 .. 문예당선 수필 2016.10.06
[2016 미래에셋 문학상 수필 은상] 별을 세다 / 김아인 [2016 미래에셋 문학상 수필 은상] 별을 세다 김아인 무거운 소식일수록 빠르게 날아온다. 어제 저녁설거지를 하다가 사촌동서의 별세를 받았다. 지난 삼복더위에 문병을 다녀왔으니 그리 황망한 일은 아니다. 나는 별세란 말을 들으면 별을 세라는 것으로 알아듣는다. 명백한 내 잘못이지.. 문예당선 수필 2016.10.04
[2013년 차세대 문학창작기금 수상작] 이 / 허효남 [2013년 차세대 문학창작기금 수상작] 이 허효남 이를 바라본다. 온종일 조음을 도와 언어를 만들고 무언가를 씹고 삼키며 호흡하는 틈새에 그것은 자리하고 있다. 잇몸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서 가지런히 직립한 채 이는 무엇을 지키고 선 것일까. 아래와 위로 뻗어 서른 두 개의 비밀의 문.. 문예당선 수필 2016.09.29
[제34회 근로자문화예술제 금상] 시소 / 고미령 [근로자문화예술제 금상] 시소 고미령 신혼집 빌라 앞마당엔 오래된 시소가 하나 있었다. 원래 동네 아이들 놀이터 용도로 만들어졌던 곳인데, 점차 아이들이 외지로 빠져나가자 망가지고 스러진 놀이기구 틈 속에서 유일하게 건재한 모습으로 남은 녀석이었다. 소꿉놀이하듯 갓 신혼살.. 문예당선 수필 2016.09.11
[제7회 흑구문학상 수상작] 창(窓) / 김창식 [제7회 흑구문학상 수상작] 창(窓) 김창식 창(窓)에 매미 한 마리가 달라붙어 울어댄다. 고장 난 트럼펫 소리처럼 귀를 때리지만 하필 우리 집을 찾아 준 것이 반갑기도 하다. 빗금이 그어진 투명한 날개는 반도체 회로를 보는 것 같다. 매미는 쩌렁쩌렁 배를 움직여 울고 찌르르르 꼬리로 .. 문예당선 수필 2016.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