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경북일보 문학대전 수필 금상] 허공을 밟다 / 장미숙 [2016년 경북일보 문학대전 수필 금상] 허공을 밟다 장미숙 나무가 흔들리는 걸 보니 바람이 일어서는 모양이다. 옷매무시를 가다듬은 바람은 어느새 '어름사니’* 주위에서 맴돌고 있다. 그녀와 힘겨루기를 하는지 잠시 주춤하던 바람은 어름사니의 손에 잡혀버린 듯 이내 잠잠하다. 바람.. 문예당선 수필 2016.11.09
[2016년 제7회 천강문학상 수필 대상] 유리로 만든 창 /김현숙 [2016년 천강문학상 수필 대상] 유리로 만든 창 김현숙 ‘햇살이 비듬처럼 내리는’ 휴일오후. 나는 버스 맨 뒤 칸 창가에 앉아 그 햇살을 삼키며, 털 고르는 고양이마냥 권태를 즐겼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국도변의 추루한 풍경은 재채기를 부를 만큼 건조했고, 그곳 사람들의 기름기 없는.. 문예당선 수필 2016.11.09
[2010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못 / 배단영 [2010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못 배단영 (본명 배문경) 못을 뺀다. 낡은 벽장을 수리하기 위해 못 머리에 장도리를 끼우고 낑낑거리며 못을 뽑았다. 못은 야무진 벽을 뚫고 들어가 긴 세월 동안 제 역할을 다했다. 제 크기의 수십 배, 수백 배도 더 되는 무게를 견디느라 얼마나 힘.. 문예당선 수필 2016.11.07
[제10회 황의순문학상 수상작] 생생, 기척을 내다 / 노혜숙 [제10회 황의순문학상 수상작] 생생, 기척을 내다 노혜숙 기척 하나 장흥長興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유치면有治面의 골짜기들은 그보다 더 멀고 깊었다. 지리산 줄기의 웅장하고 호쾌한 산세 속에 인간의 길들은 초라했다. 헐떡거리며 겨우 산으로 기어들고 있었다. 길을 에워싼 숲은 강.. 문예당선 수필 2016.11.06
[2016 경북문화체험 동상] 해를 품은 절 / 조미정 [2016 경북문화체험 동상] 해를 품은 절 조미정 무슨 영문일까. 하늘에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다. 희끄무레 동살이 잡히는데 희미하게 사그라지는 보름달은 아직도 서산에 걸려있어 애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쪽에는 뜨는 해, 서쪽에는 지는 달을 두고 있자니 가슴이 먹먹하다. 오르막.. 문예당선 수필 2016.10.24
[2016 경북문화체험 은상] 외나무 다리 / 강기석 [2016 경북문화체험 은상] 외나무 다리 강기석 풍경이 되는 다리가 있다. 강물 따라 흐르고, 바람 따라 흔들리다가 문득 머물러 한 폭의 그림이 되는 다리가 있다. ​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는 오래 묻어 둔 감성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삶의 형식이며,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진 .. 문예당선 수필 2016.10.24
[2016 경북문화체험 대상] 꽃살문 / 윤상희 [2016 경북문화체험 대상] 꽃살문 윤상희 화사한 벚꽃길이 길손을 맞이한다. 풍기 나들목을 빠져나와 순흥면에서 벗어나고 있는 길이다. 산골길을 굽이돌아 소백산 국망봉 자락에 다다르자 차 한 대 지나가기 빠듯한 산길이 펼쳐진다. 굽잇길에 들어서자 아랫녘 매화가 향주머니 끈을 풀.. 문예당선 수필 2016.10.24
[제16회 시흥문학상 수필 우수상] 틈 / 전미경 [제16회 시흥문학상 수필 우수상] 틈 전미경 땅은 또 하나의 우주다. 지축의 삐거덕거림이 응축된 압력을 분해시키면서 밀도 높은 땅의 몸짓에 작은 틈을 허락한다. 땅 속 어둠의 세계에서 숭고한 한 알의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다. 땅은 맨 몸으로 자신을 내어줄 뿐 대가를 모.. 문예당선 수필 2016.10.22
[제3회 천강문학상 수필 우수상] 숨은 소리 / 김정화 [제3회 천강문학상 수필 우수상] 숨은 소리 김정화 북소리 찾아 길을 나서는 중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북을 매단 나무를 만나고 싶었다. 세상에는 그 북보다도 더 큰 북이 있을 테지만 나라를 구하기 위해 매단 북보다 더 큰 북이 어디에 또 있을까. 그러한 생각을 하며 소문으로만 듣던 .. 문예당선 수필 2016.10.21
[2016 경북문화체험 금상] 씨 / 박혜경 [2016 경북문화체험 금상] 씨 박혜경 엊그제 내린 비로 하늘은 더없이 깊다. 그렇게 무덥던 여름도 이제 끝자락, 꽃들은 저마다 화려한 날들을 추억하며 야물고 단단하게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 청도 임당리 마을로 배낭을 메고 나서는데 길모퉁이에서 기다리던 도꼬마리 씨가 함께 가자고.. 문예당선 수필 201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