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우수상]'이 완'의 까만 구두 / 손정숙 '이 완'의 까만 구두 손정숙 ‘이 완’은 좀 들떠 보였다. 여느 때 같으면 병실 문 어귀에 서 있어야 할 그가 현관 앞 휠체어에 앉아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무릎 위엔 얇은 뜨게 보를 접어서 덮고 두 손은 그 위에 얌전히 얹은 채 조용한 그의 모습에서 행복한 기운이 .. 문예당선 수필 2017.04.04
[2014년 동리목월문학 신인상] 착각 / 김용숙 [2014년 동리목월문학 신인상] 착각 김용숙 정분이 두터운 부부를 보았다. 일곱 시가 조금 넘으면 늘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집 앞을 지나갔다. 지긋한 나이에 나란히 헬멧을 쓴 것이 친정아버지가 어머니를 태우고 다니던 모습과 같았다. 아버지는 장날마다 어머니를 뒷좌석에 태우고 모롱.. 문예당선 수필 2017.04.02
[2016 제4회 등대문학상 수필 우수상] 바다와 어부 /조미정 [제4회 등대문학상 우수상] 바다와 어부​ ​조미정 바다가 그르렁거린다.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포구로 들어오는 어선의 낡은 뱃고동 소리다. 풍랑에 시달리다 집으로 돌아오는 배들이 알리는 무사기환의 고함일까. 풍어를 기원하며 대나무 가지를 꽂은 뱃머리에 안도의 한숨이 사.. 문예당선 수필 2017.03.29
[제2회 전국직장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헛기침 / 김만년 [제2회 전국직장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헛기침 김만년 밤이 이슥해지자 상을 차리고 제향을 사른다. 아버지 생전에 하신대로 열을 맞추어 음식을 진설하고 정성을 들여 잔을 올린다. 늘 아버지 옆 자리에서 지켜만 보다가 오늘은 내가 제주祭主가 되어 처음으로 아버지를 뵙는 것이다... 문예당선 수필 2017.03.21
[2009 동양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호박 / 정경자 [2009 동양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호박 정경자 참으로 못 생겼다. 울퉁불퉁한 굴곡은 흘러내린 뱃살이라고나 할까, 풀숲에서 훔쳐본 촌부의 둔부라 할까. 추녀의 대명사가 아니었어도 호박은 신세대나 아이들에게 푸대접받는 신세다. 애호박이나 늙은 호박이 아무리 싱싱해도 생식(.. 문예당선 수필 2017.03.17
[제7회 중봉조헌문학상 수필 우수상] 벽 / 김근혜 [제7회 중봉조헌문학상 수필 우수상] 벽 김근혜 장기읍성 둘레길이다. 자지막한 성벽은 여인의 허리선처럼 굽이굽이 감아 돌고 있다. 훤히 드러낸 등허리를 밟고 지인과 자분자분 걷는다. 한 층 한 층 쌓아올린 성벽은 각기 다른 얼굴로 정겹게 서 있다. 푸른 이끼 속에서 새싹은 움을 틔.. 문예당선 수필 2017.03.13
[2008 평사리 문학 수필 대상] 인생학교 / 정성희 [2008년 제8회 평사리 문학 수필 부문 대상] 인생학교 정성희 그 학교에는 유독 통과해야 할 문들이 많다. 나는 그곳을 지키는 파수병이다. 사람들은 두터운 성벽으로 둘러싸인 그곳을 큰집이라고도 부른다. 그 주벽(主壁)은 견고한 ‘배타(排他)'라는 벽돌담으로 높이 울타리 쳐져 있기에 .. 문예당선 수필 2017.03.09
[2009 평사리 토지문학상 대상작] 손 / 강여울 [2009 평사리 토지문학상 대상작] 손 강여울 선산에 아버님을 묻은 지 반년이 지났다. 살아 계실 적 못한 효도가 내내 맘에 걸리는 지 남편은 자주 산소를 찾아 손을 본다. 그저께도 산소에 다녀온 남편이 잔디도 파릇파릇 살아나고 주변에 진달래, 조팝꽃이 한창이라고 말했었다. 어제 종.. 문예당선 수필 2017.03.08
[2002년 농민신문 수필 당선작] 귀소 / 고경숙 귀소(歸巢) 고경숙 기왓장 사이로 솟을대문이 보인다. 처마도 마른 속을 드러내며 삭아내리는 중이다.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던 높은 담벼락 위로 시든 풀만 흐느적거린다. 지키고 감출 것이 그렇게 많았을까. 돌담을 겹쳐 두른 중문을 지나면 귀면와가 두 눈을 부 라리며 허공을 노려보고.. 문예당선 수필 2017.03.05
[제2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수필 가작] 무명초를 베다 / 손훈영 무명초를 베다 손훈영 거실 한 복판에 그림 한 점이 걸려있다. 졸지에 민머리가 된 엄마가 안쓰러웠던지 위로 차 딸이 그려준 초상화다. 그림은 유머러스하다. 내 머리를 불 켜진 백열전구에 비유해 놓았다. 전구가 된 나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항암주사를 맞은 뒤 일주일이 지났을 때.. 문예당선 수필 2017.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