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천강문학상 수필 대상] 각도를 풀다 / 이혜경 [제8회 천강문학상 수필 대상] 각도를 풀다 이혜경 그럴싸한 악기 하나쯤 배우고 싶다는 욕심을 기어이 행동으로 옮겼다. 야심차게 시작은 했지만 교습소 유리문을 열 때마다 손끝에 느껴지는 무게가 육중하기만 하다. 겨우 귀밑에 머리가 닿는 학생들 틈에 섞여 엉거주춤 플루트를 잡고 .. 문예당선 수필 2017.09.13
[제8회 천강문학상 수필 우수상] 공터 / 김응숙 [제8회 천강문학상 수필 우수상] 공터 김응숙 공터의 어둠은 아무런 전조 없이 찾아왔다. 담벼락 아래에서 습기처럼 배어 나온 그림자가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무릎께를 넘실거려도 공터의 햇살은 짱짱하기만 했다. 서쪽으로 기울던 태양이 산 능선에 턱을 괴고 공터에서 뛰어노는 .. 문예당선 수필 2017.09.13
[제12회 복숭아문학상 수필 최우수] 엄마를 닮은 복숭아 / 최부련 [제12회 복숭아문학상 최우수] 엄마를 닮은 복숭아 최부련 복사꽃이 환한 봄날 동구 밖 길에 엄마가 서 계신다. '엄마~'하고 부르며 달려가려는데 발이 꿈쩍 않는다. 엄마는 저 만치서 환한 얼굴로 웃기만 하신다. 그런 엄마의 미소가 꼭 복숭아를 닮았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는 복숭아를.. 문예당선 수필 2017.09.04
[제8회 백교문학상 수필 우수상] 시금치 판 돈 / 신숙자 [제8회 백교문학상 수상작품 ] 시금치 판 돈 신숙자 서랍에 묵혀 두었던 돈을 꺼내본다. 어머니의 흙냄새가 난다. 구십이만 원, 백만원을 채우려다 기어코 다 채우지 못했다며 내 손에 쥐여 주고 간 어머니의 돈이다. 이 돈이 서랍 속에서 잠든 지 삼 년째 접어들고 있다. 시골 노인네가 시.. 문예당선 수필 2017.08.11
[2017년 김규련 문학상 당선작] 억새 / 박종숙 [2017년 김규련 문학상 당선작] 억새 박종숙 가슴이 비어 있어 그리도 눈부신 꽃을 피우는 것일까. 욕심이 없어 은빛 너울 속에 손을 흔드는 것일까. 바람이 불어오면 그 무리 속에서 수런수런 들리는 듯한 이야기가 있다. '모두가 떠나고 있어요.' 멀리 논둑 한자락에서, 또는 잎 진 풀숲 속.. 문예당선 수필 2017.07.17
[제20회 공무원 문예대전 금상] 봉노 / 안희옥 [제20회 공무원 문예대전 금상(국무총리상)] 봉노 안희옥 마당엔 어느새 눈발이 성글고 있었다. 뒤란 대숲엔 멧새떼 날아오르는 소리가 들리고 윙윙 감나무가 울었다. 일찍 저녁밥상을 물린 우리 자매는 쉬 잠이 오지 않아 살금살금 건넌방으로 건너갔다. 할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당신을 .. 문예당선 수필 2017.05.30
[2011 청강문학상 수필 대상] 봄, 수목원을 읽다 / 윤승원 [2011 청강문학상 수필 대상] 봄, 수목원을 읽다 윤승원 봄, 수목원은 만연체다. 온갖 나무와 풀들이 저마다 화려한 문장을 쓰느라 술렁거린다. 노랗고 빨갛고 흰 색깔들이 나의 독서를 유혹한다. 나는 청명의 안개 속을 걸어 만화방창 꽃의 문장 속으로 들어간다. 병아리 깃털 같은 햇살이 .. 문예당선 수필 2017.05.26
[200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등 / 김은주 [200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등 김은주 사람의 등에는 일 만 마디의 언어가 숨어 있다. 직립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산맥 같은 척추가 있어서 그런지 휜 등을 보고 있으면 참 깊고 무거워진다. 등의 반대쪽인 앞을 보면 눈이라는 창과 입이라는 발설의 기관이 있어 상대의 심중.. 문예당선 수필 2017.05.03
[제24회 김유정 기억하기 문예대전 최우수] 생의 반려 /김미자 [제24회 김유정 기억하기 문예대전 최우수] 생의 반려 김미자 팔월 땡볕이다. 그늘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키가 큰 풀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서 보니 삼麻이다. 삼들이 빽빽한 곳에 들어서니 온몸이 녹색으로 물드는 듯하다.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삼인가. 반가운 마음에 몇 발자국 .. 문예당선 수필 2017.04.24
[제5회 목포문학상 수필 대상] 산 / 신혜숙 [제5회 목포문학상 수필 대상] 산 신혜숙 기억이란 세월과 함께 풍화 과정을 밟는다. 내 추억 속의 남산만은 어째 닳아지질 않는다. 유년 시절, 나는 매일 남산과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다. 집 밖으로 나서면, 산은 같은 키로 늘어 서 있는 2층 적산가옥들에 가리어서 보이질 않았다. 샛골목.. 문예당선 수필 2017.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