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천강문학상 시부문 대상] 나비물 / 유종인 [제9회 천강문학상 시부문 대상] 나비물 / 유종인 박수소리를 듣는다 그 수도가 박힌 마당은 수도꼭지를 틀 때마다 콸콸콸 물의 박수를 쳐준다 꾸지람을 듣고 온 날에도 그늘이 없는 박수소리에 손을 담그고 저녁별을 바라는 일은 늡늡했다 그런 천연의 박수가 담긴 대얏물에 아버지가 세.. 문예당선 시 2018.09.07
[2018 영남일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조문 / 이서연 [2018 영남일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이서연 조문 빈 방에 남아 빈 방을 닦고 있는 거울처럼 그 집의 벽들은 아직 비에 젖고 있다 현관 앞에 쓰러진 우산이 있고 지붕을 넘어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소리 내어 운다 나는 꽃을 들고 있다 이른 새벽 청소부가 올 때까지 쓰레기봉투처.. 문예당선 시 2018.01.04
[2018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등대 / 유하문 [2018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유하문 등대 지붕 낮은 집들이 송이버섯처럼 엎드려 있는 작은 마을 앞 바다에 방파제가 두 팔 벌려 마을을 넘보는 거센 파도 막아 줍니다. 근심 끝에 파수병 하나 하얀 총 들고 서 있습니다. 멀리 부레옥잠처럼 떠 있는 형제 섬들 너머로 아침나절 .. 문예당선 시 2018.01.04
[2018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물의 악공들 / 김정현 [2018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김정현 물의 악공들 시리아 굶주린 혈(血)의 사막에서 금빛 모래사장 해변 의 춘곤증자들에게 창백한 시체가 한 조각 잘린 구름으로 떠밀려올 때 견고한 일상의 고딕 질서를 덩어리째 뒤집어쓴 도시 사람들은 아주 잠깐 경악한다 경쾌한 악당 같던.. 문예당선 시 2018.01.04
[2018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수목원 / 전진자 [2018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전진자 수목원 오월이 세상에 길을 놓고 있다 악보도 없이 나무들이 몸관악기를 연주한다 피톤치드 피톤치드 바람에 추임새가 들린다 방문객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우며 들꽃들이 수다를 떤다 당신은 어디서 왔는가 송화가루 음율이 간절하다 나만 .. 문예당선 시 2018.01.04
[2018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인디고 / 박은영 [2018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박은영 인디고 빈티지 구제옷가게, 물 빠진 청바지들이 행거에 걸려 있다 목숨보다 질긴 허물들 한때, 저 하의 속에는 살 연한 애벌레가 살았다 세상 모든 얼룩은 블루보다 옅은 색 짙푸른 배경을 가진 외침은 닳지 않았다 통 좁은 골목에서 걷.. 문예당선 시 2018.01.03
[2018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발코니의 시간 / 박은영 [2018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박은영 발코니의 시간 필리핀의 한 마을에선 암벽에 철심을 박아 관을 올려놓는 장례법이 있다 고인은 두 다리를 뻗고 허공의 난간에 몸을 맡긴다 이까짓 두려움쯤이야 살아있을 당시 이미 겪어낸 일이므로 무서워 떠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암.. 문예당선 시 2018.01.03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악어떼 / 원보람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원보람 악어떼 서른이 지나기 전에 두 번째 실업급여를 받았다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햇빛줄기를 나눠먹었고 발끝마다 매달린 검은 노예들도 입을 벌렸다 요즘은 늘 다니던 길을 잃는 사람들이 많아 표지판은 너무 많은 곳을 가리키고 신호등은 .. 문예당선 시 2018.01.03
[2018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가위질은 이렇게 / 이인애 [2018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이인애 가위질은 이렇게 엄마의 엄지와 약지는 사이에서 놀고 있는 손가락들을 움직이게 하는 두 가닥의 힘이다 엄마는 매일 아침 낮은 간판 아래 무릎을 꿇는다 빠져나갈 구멍만 있으면, 하며 집을 나와 미장원 열쇠구멍이나 찾는 엄마 날이 마모.. 문예당선 시 2018.01.02
[2018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박쥐 / 윤여진 [2018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윤여진 박쥐 있잖아 이 붉은 지퍼를 올리면 그녀의 방이 있어 내가 구르기도 전에 발등을 내쳤던 신음, 그녀의 손가락을 잡으면 구슬을 고르듯 둥근 호흡이 미끄러져 들어왔지 켜켜이 나를 쌓던 그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걸 알았는지, 나는 그녀의.. 문예당선 시 2018.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