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긍정적인 밥 / 함민복 긍정적인 밥 / 함민복 시 한 편에 삼 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 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 좋은 시 2016.04.18
[스크랩] 멸치/ 김기택 멸치 / 김기택 굳어지기 전까지 저 딱딱한 것들은 물결이었다. 파도와 해일이 쉬고 있는 바닷속 지느러미의 물결 사이에 끼어 유유히 흘러다니던 무수한 갈래의 길이었다. 그물이 물결 속에서 멸치들을 떼어냈던 것이다. 햇빛의 꼿꼿한 직선들 틈에 끼이자마자 부드러운 물결은 팔딱거리.. 좋은 시 2016.04.18
[스크랩] 사람을 쬐다 / 유홍준 사람을 쬐다 / 유홍준 사람이란 그렇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 얼굴에 저승꽃이 핀다 인기척 없는 독거 노인의 집 군데군데 습기가 차고 곰.. 좋은 시 2016.04.18
[스크랩] <부부에 관한 시 모음> 함민복의 `부부` 외 <부부에 관한 시 모음> 함민복의 '부부' 외 + 부부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 좋은 시 2016.04.18
[스크랩] 물고기의 꿈 / 유홍준 물고기의 꿈 / 유홍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낡아빠진 기와집이 한 마리 검은 물고기 같다 노을에 물드는 옛집 기왓장들, 비늘처럼 반짝이는 때 잡초 우거진 마당에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면 아가미 같은 부엌문 덜렁거리고 헐어빠진 옆구리로 저녁바람은 빠져 나간다 살을 모두 발라먹고 .. 좋은 시 2016.04.18
[스크랩] 내가 나를 위로하는 날 / 이해인 수녀 내가 나를 위로하는 날 / 이해인 나를 위로하는 날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 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 좋은 시 2016.04.18
[스크랩]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홀로 대충 부엌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 좋은 시 2016.04.18
[스크랩] 천상병 시 모음 천상병 시 모음 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좋은 시 2016.04.18
[스크랩]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 좋은 시 2016.04.18
[스크랩] 그 여자네 집 / 김용택 (낭송/고은하)? 그 여자네 집 / 김용택 (낭송/고은하)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옵고 바라보면 정다운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 속에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 좋은 시 2016.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