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복숭아문학상 시 최우수]
시는 한 그루 복숭아나무*
정수경
같은 자리에서 발을 자주 접질렸다
복숭아나무 아래였던 것 같다
발목은 부어오르고
말을 하듯이 쓰고 싶은데
복숭아뼈처럼
문장은 같은 곳에서 자주 부어올랐다
전정 적화 적과를 거쳐야
복숭아는 실해진다고 누군가는 말하지만
솎아 내기에 서투른
부어 오른 발목은 봉지 속에서 여물어 가고
햇살을 먹고
완성되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가 아름다운가
떨궈내지 못하는 한 그루 복숭아나무는
위태롭게 여름날을 보내고
습작을 하고
많이 흔들릴수록 맛은 깊어지고
많이 지울수록 문장은 끈적였다
복숭아는 단물을 머금었다 나는 완성되지 못했다
봉지를 따는 날 아름다운 발목을 봤다
어색한 시는 딱 한번 접질렸다
아마도 복숭아나무 아래였던 것 같다
* 시는 한그루 나무 : 김혜순의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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