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당선 시

[제1회 디카시작품상] 공광규 시인의 '몸빼바지 무늬'

희라킴 2017. 8. 1. 17:56


 공광규 시인의 디카시 '몸빼바지'.
 공광규 시인의 디카시 '몸빼바지'.


몸빼바지 무늬

공광규

 

            

몸매를 잊은 지 오래된 어머니가

일바지를 입고 밭고랑 논두렁으로

일흔 해 넘게 돌아다니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벗어놓은 일바지에 꽃들이 와서

꽃무늬 물감을 들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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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1960년 서울 출생. 동국대 국문과와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신경림 시의 창작방법 연구』로 박사학위 받음. 1986년『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대학일기』『마른 잎 다시 살아나』『지독한 불륜』『소주병』『말똥 한 덩이』『담장을 허물다』. 논문집『신경림 시의 창작방법 연구』. 시평집『시쓰기와 읽기의 방법』. 시창작론『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 신라문학대상, 동국문학상, 윤동주상문학대상, 현대불교문학상, 고양행주문학상 수상. 2013년 ‘작가가 뽑은 가장 좋은 시’에『담장을 허물다가』선정. 동시그림책 『구름』이 프랑스에 수출.

 

 

   

제1회 디카시작품상 심사평

 

2004년 경남 고성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장르인 디카시 운동이 펼쳐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디카시는 스마트폰(디카)을 이용해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을 순간 포착, 그 영상과 함께 5행 이내의 시적 문장으로 표현하고 SNS 등으로 실시간 쌍방향 소통하는 창작 방식을 말한다.

근자에는 디카시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시(詩)놀이로 각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예 소통 방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디카시 발아 10주년을 맞아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그 발상지인 고성에 고성문화원 부설 디카시연구소를 창립하고 개소식을 가졌다. 이로써 디카시의 창작 및 확산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마련된 가운데, 디카시연구소에서는 2015년을 원년으로 ‘디카시작품상’을 제정하여 매년 시상하기로 했다.

제1회 수상 작품으로 공광규 시인의「몸빼바지 무늬」를 선정했다. 예심을 통해 올라온 공광규 시인의「몸빼바지 무늬」,「복사」,「수련잎 초등학생」세 편은 어느 작품을 수상작으로 해도 손색없는 수작들이었다.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이 던지는 순간의 시적 감흥을 그대로 받아 적듯 쓰는 것으로 일반 문자시와는 시적 상상력의 운용 형식이 다르다. 문자시는 착상으로부터 시작하여 쓰고 지우고 또 쓰고 퇴고하고 하는 것이지만, 디카시는 순간 착상이 곧 완성이라 해도 좋다.

제1회 디카시작품상 수상작인「몸빼바지 무늬」는 어머니의 몸빼바지 무늬를 닮은 꽃들이 환기하는 어머니의 추억을 꾸밈없는 날것의 언어로 받아 적듯 언술한 수발한 디카시이다.

이 디카시는《머니투데이》에 소개되어 네이버 메인 홈에도 오르며 SNS 등을 통해 소통되면서 조회 수가 10만 회를 넘어섰다. 순간 포착과 순간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지향하는 디카시로서는 기념비 같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그와 같은 여러 연유로「몸빼바지 무늬」를 제1회 디카시작품상으로 결정하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음을 밝혀둔다.

                             2015. 8.   

                 

본심위원 김종회(경희대학교 교수,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

예심위원 김륭(시인), 최광임(시인,《디카시》주간)

 

상금: 300만원

시상식: 2015. 9. 19(토) 오후 5시

곳: 경남 고성문화원

주관: 경남 고성문화원 부설 디카시연구소

                            

 

 

수상소감

 

공광규(시인) 저에게 첫 번째 ‘디카시작품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을 주는 분들의 뜻과 노고를 잘 압니다. 그 노력에 헛되지 않도록 디카시에 더 관심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디카시를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디카시를 알리는데 저를 써주시기 바랍니다. 디카시의 지지자로 창작자로 오래 남겠습니다. 몇 편의 디카시를 찍고 쓰다가 느낀 것은 첫째로 순간 포착력이 시와 다를 게 없으면서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디카시는 순간 포착력의 날生 것을 더 중시하고, 시는 포착 후 어떻게 요리할까 하는 고민과 숙성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시는 순간 포착력이 없어도 그냥 밀고 가면 되지만, 디카시는 순간 포착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비유하자면 날아가는 파리를 순간적으로 포착해보세요. 정말 어렵습니다. 두 번째로 디카시는 시에서 갖추지 못한 현장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는 사물이 없으면 사유와 관념어로 밀고 나가면 되지만 디카시는 사진에 잡히는 현물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현물을 사진기로 잡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기술은 기능을 전제로 하며 숙련이 필요합니다. 기계나 전자기술은 기술자가 해결해줍니다. 그러나 구도를 잡는 것 등은 약간의 감각과 공부가 필요합니다. 세 번째로 지금은 누구나 손전화를 가지고 다니고, 손전화에는 사진 기능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간단한 시적 느낌을 붙이면 디카시가 됩니다. 디카시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입니다. 그럼에도 시적 느낌을 표현하는 방법은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디카시는 어엿한 예술이고, 예술은 제도이므로 스승이나 선배에게 배워야 합니다. 혼자 공부하면 외도가 됩니다. 선후배가 모여서 사진을 찍고 표현을 얘기하며 어울리다가 보면 서로 배우게 됩니다. 동료가 곧 스승이 되는 것입니다. 모든 국민이 이렇게 디카를 들고 많이 모이길 바랍니다. 본 작품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디카시를 찍고 써서 운명이 아름다워지기를 바랍니다. 항상 디카시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시는 고성군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2015. 8.



출처:디카시 마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