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애
이윤순
설마에
속아 산
세월
어느 덧
팔십 여년
태워도
안 타더라
끓여도 안
익더라
아파도
끊기지 않는
너 북망산은 끊어 줄까
세상에
질긴
끈이
천륜
말고 또 있을까
노구의
어께 위에
버거운 짐
덩이들
방하착(放下着)
할 수 없으니 착득거(着得去) 할 수
밖에
시.시조 심사평 / 다시 한번 심신 다하는 시의 길을 찾길
큰 기대 아니어도 기대가 기대로만 끝나는 일은
초라하다. 한 해를 보내면서 읽은 예선 80여 편은 읽는 자의 신세마저 일깨워주었다. 또한 기대 이상의 작품을 만났을 때의 흥건한 기쁨을
다음으로 미루는 애착도 일어났다.
먼저 응모작품 1천 여 편 가운데서 예선된 80편까지의 단계로 보건대 불교신문 신춘문예의 규모가 이제 문단의 차원으로 방대해진 사실은 놀랍다. 놀라운 한편 이런 양적인 응모현상이 어떻게 그 양을 책임지는 질의 수준의 높이는가를 걱정하게 된다.
시는 누구만의 것이 아니다. 시인은 어느 시대처럼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시의 진실과 감동은 그토록 아무나 이루어 낼 수 없다. 이 점에 대한 진지한 시인의식을 먼저 갖출 이유가 갈수록 절실해진다.
이상의 몇 마디 고언이 혹시 내년 내후년의 응모에도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무기명 번호 7번 ‘애(애간장)’과 12번 ‘시’ 그리고 1266번 ‘명조체’를 골라놓고 다섯 번 여섯 번을 읽었다. 지푸라기라도 건져 올리고 싶어서였다. 당선작으로 내세우는 결심은 쉽사리 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 해 농사를 빈털터리로 되는 것을 막아준 한 편의 시조 운율을 깔아 놓은 전 2연의 짜임새가 정갈했다. 완성도는 숱한 미완성이나 미숙성 바로 뒤에 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한 구절로 말미암아 좀 부자연스러웠다. 시속의 화자가 80여 세 운운에 고개가 기울었다.
‘명조체’는 잘 다듬는다면 틀림없이 풍성한 것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번다한 설명조의 서술을 경계해야겠다. ‘시’는 첫 두 줄의 빼어난 묘사에도 불구하고 그 뒤는 진부하다. 누가 예선 결선 작품을 고르던 응모자의 정진 없이는 당선의 영예는 없을 것이다. 1천여 명 응모자와 80여 명 예선 응모자 그리고 최종 3명 결선 응모자 여러분이 다시 한 번 심신을 다하는 시의 길을 찾길 바란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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