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당선 시

[제16회 시흥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바람의 학명學名 / 설수인

희라킴 2016. 10. 22. 10:17




[제16회 시흥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바람의 학명學名  / 설수인

 



순을 잘라내도 웃자라는 저 파릇파릇한 분열증,

소란은 햇살이 노랗게 질릴 때까지 깊어진다

용수철의 용도는 눌러앉지 않겠다는 뜻이고

눌러놓지 못하는 바람 한 장이 들어있다

 

바람의 학명은 메니에르증후군,* 바람의 문양은 달팽이모양이다

별이 빛나는 밤에 떠도는 반 고흐

귀가 없는 바람이었을까

 

달팽이는 숲속의 공주

온 몸을 도르르 말고 버려진 사과처럼 잠은 계속된다

마법은 사과의 껍질처럼 도르르 벗겨졌을까

 

바람을 눈으로 맞으면 눈물이 흐르고

머리카락에 묻은 바람은 오랫동안 헝클어져 있다

귀로 들어오는 바람소리는 위험하다

뿌리가 있는 바람은 병이 된다

이 병의 치료방법은 습기 많은 여름을

한동안 창문에 묶어 놓는 것

 

바람꽃은 바람 없이도 흔들린다

흔들리는 순간을 관계라고 한다면 소통은 이명 같은 것

고요가 가득 들어있는 침묵, 바람이 없는 병

 

바람은 제 씨앗을 꽃의 수술로 삼는다.

소용돌이 뼈를 갖고 있는 바람의 학명은

지금 침대에 묶여 있다

 

*메니에르병:내이(內耳)의 질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