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시흥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후 / 김태희
바람은 별 수 없이 한 쪽으로만 불었다.
모든 것이 죽고 나면 이것들을 기록하지 못할 것 같아
바람은 이 세계보다 조금 더 앞에 서 있었다.
거짓말의 뒷면을 보며 비웃는 날이면
여름의 폭염보다, 겨울의 폭설보다
더 고약한 하나의 계절처럼
덜 자란 아이들의 등을 떠밀었다.
그것은 비겁했다.
하지만 바람은 세계를 닮아 있었고,
아이들은 이제 막 색종이를 가위로 자르는 법을
배우느라 고요했다.
사랑은 바람을 따라 깔깔 거렸지만,
다 자라난 아이들은 귀를 틀어막고
제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아이들의 사랑은 동화책을 따라 그린
연습장 속에 차곡차곡 쌓였다.
잘 잘라 만든 색종이는 제목이 되어
정성스럽게 붙어 있었다.
바람은 벌써 세계를 한 바퀴 돌아왔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다 큰 아이들은 아직도 등교하는
길 위에 나타난다.
바람은 쉰 냄새를 흉내 낸다.
그것이 모두가 싫어하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뿌리가 자유로운 야생화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다는 사실과
모두에게 퇴화되지 않는 다른 모양의
퍼즐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숨긴다.
어느 기록의 한 줄에도
바람은 불었다 로 남을 것이고,
거짓말의 앞을 본적 없는
바람의 방향은 언제나
우리가 고개를 돌리고 난 후,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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