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시흥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워킹 데이 / 김말희
이제부터 시작하자 하나, 둘, 셋 낮은 휘파람이 꽃들을 깨운다
무작정 걸어본 날 밀물처럼 숨을 들이키자 신이 내게 속삭인다.
참 오랜만이지? 문화회관 창문 틈으로 노인들의 느린 동작과 노랫가락들, 모두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변함없이 도로를 지키고 있는 저 나무들은 몇 해를 지나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성이고,
생리대와 양말 몇 켤레, 스타킹, 난전에서 파는 속옷을 담은 검은 봉지가 어색하지 않다
사람들은 오래된 반지의 색을 복구시키는 방법을 묻는다
변한 것을 복구하는 일이란 여과의 과정을 거치는 것, 여과시켜야 할 무엇을 생각했다
나를 통과한 빛과 물과 음식들까지, 지구 밖으로 뱉어내었던 수많은 찌꺼기들은 여과된 물질의 잔재, 걷는다는 것은 그것들을 걷어내는 일, 해를 바라보며 피어나는 꽃들의 속도를 따라 하나, 둘, 셋 서성이던 나무들 속으로 경쾌하게 걸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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