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당선 시

[스크랩] [네이버 아름다운 우리시 공모전 당선작] 대상-`백석을 읽는 밤` 포함 50 선 감상하기

희라킴 2015. 12. 19. 12:48

 

[네이버 아름다운 우리시 공모전 당선작]

 

당선작 50선 바로가기 / http://hangeul.naver.com/poem

 

 

<대상>

 

백석을 읽는 밤 / meron***

 

 

들어봐

밤이, 봄 밤이

오래된 애인들과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꽃들이, 등 아래 핀 벚꽃들이

서늘한 봄 비에 지면서도 얼마나 빛나는지

백석을 읽는 밤

내일을 돌보지 않아도

푸근하고 아린

이런 봄날, 봄밤

발치에 조으는 짐승의 착한 눈꺼풀과

이불 아래 방바닥의 온기와

주전자서 끓는 구수한 보리차 냄새

가지들 마른 울음 그치고

저리던 뿌리들도 축축히 잠드는

이런 봄, 밤

 

 

 

<우수상>

 

강냉이가 된 첫눈 / imhj***

 

 

하늘 턱까지 차 올랐던 철거촌 고개

가쁜 숨 끝

 

오늘따라 늦은 뻥튀기 아저씨 대포 소리가

철거 촌 천막 사이로 울리면

아이들은 망태기 굵은 올 사이로 떨어지는

흰 강냉이 송이들을 따라 이리저리

흩날리기 일쑤였다

 

바람이 거친 부스러기로 남은

저녁 마저 핥아 내릴 즈음

가장 가까운 동공으로부터

또박또박 눈들이 반짝인다.

그럴 때마다

하나 둘 밝아지는 도시는 여전히 가난해지고

눈때문에 공으로 돌아간 일진에

퉤하고 뿌리를 내리는

뻥튀기 아저씨의 하루 앞에서

잠시 아이들

잎을 잃은 가로수처럼 망연해진다

 

때마침 하늘에서는 송이 송이들이

참 희게도 내리고

아이들은 이제 그 폭폭한 것을

혀끝으로 받아 넘기기 시작했다

 

봉천고개 아래는

첫눈 때문에 잠시 멈칫 한 뒤

한참 만에야 잊었던 것이

생각 난 듯 진지한 표정이지만

이내 다시 서쪽으로 기운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밑이 없는 종이 박스처럼

내리는 것을 한 움큼도 받아 내지 못하는데

발 아래에서 그저 질척이며 귀찮아지는 것이

미안해진 것일까

 

막 튀겨진 따뜻한 강냉이처럼

첫눈은 쉽게 쌓여가질 못했다

 

 

<우수상>

 

만다꼬 / notforsal***

 

 

만다 이래 자주 내려오노

고생시럽구로

만다 이런 건 사오노

니 묵을 것도 없을낀데

내는 늙어서 인쟈 일없다

이런 건 한창 힘쓰는 니나 마이 묵어라

가시나야

안 무가 빼빼 예빈거바라

요거 무 바라

요것도 무 바라

내는 여 천지로 있으니까 니나 마이 묵어라

서울에 오만거 다 있어도 이거는 없재?

내 안 가 봐도 다 안다.

니 돈 번다고 밥도 제 때 안 묵재?

내 안 봐도 환하다.

 

그카는 할매는

내 온다고

새벽부터 나와가 기다리가

손이 이래 얼어가

날도 추분데

집에 있지

만다꼬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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