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일 잘하는 사내 / 박경리

희라킴 2018. 3. 9. 21:10

 

                     일 잘하는 사내 / 박경리




일 잘하는 사내 


 박경리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내 대답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왜 울었을까(...)


홀로 살다 홀로 남은

팔십 노구의 외로운 처지

그것이 안쓰러워 울었을까

저마다 맺힌 한이 있어 울었을까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을 거야

누구나 본질을 향한 희귀본능

누구나 순리에 대한 그리움

그것 때문에 울었을 거야


 





박경리 유고시집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