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공부방

수필을 쓴다는 것 / 변해명

희라킴 2017. 3. 27. 19:57



수필을 쓴다는 것


                                                                                                                              변해명


 수필은 꾸며내지 않은 내 이야기입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내 이야기입니다. 쓰지 않고는 죽을 것 같은 내 이야기입니다.


 천일야화의 여인처럼 죽음을 면하기 위하여 만들어 내는 이야기가 아닌 이발사의 처절한 고백, 그래서 그의 고백을 들은 해변의 갈대조차 함께 울어주는 그런 진솔한 내 이야기입니다. 그런 목소리가 담긴 내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수필입니다.


 수필은 자신의 몸에 아름다운 옷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입고 있는 옷조차 스스로 벗어 알몸으로 서는 진솔함, 그래서 수필은 사람이 문장에 앞선다고 하나 봅니다. 그런 거짓 없는 글에 담기는 목소리를 독자는 탐색하고 그런 필자의 마음을 공유하려 합니다. 그러므로 작품에 동원하는 한 마디 말, 하나의 문장은 필자의 세상 내다보기에 새로운 호흡이 담겨야 하고, 과거로부터 있어온 우리 삶의 이야기를 현재의 우리 삶에 담아 미래의 삶으로 남기는 작업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창작행위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정신과 정서를 고양시키고 순화시키며 보존하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자 합니다. 나는 누구이며, 어떤 존재이며,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에 서 있으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며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를 고통스럽게 또는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절망과 좌절에서 나를 이끌어내는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가 등을 통하여 나를 들여다봅니다.  그러기에 수필은 우리를 성찰로 유도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향한 성찰의 기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의 그 숱한 토막들, 사건이며 세상살이며 인간관계들, 우리들 각자의 마음속에서 던지는 작은 문제들, 일상에서 놓쳐 버리고 잊어버리기 쉬운 작고 낯익은 이야기들, 그런 평범한 일상적인 이야기가 삶의 궤적에 어느 지점에 자리 잡게 하고, 세상의 하찮은 일을 인생의 어느 시점엔가 정착하게 해줍니다.


 수필은 그래서 생명이 담긴 글이고 어느 장르의 문학으로도 감쌀 수 없는 . 그런 진솔한 세계가 담기는 글입니다.


 수필은 문학입니다. 문학은 형성화된 언어로 이루어진 기호의 세계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 문학적 기호의 실체는 삶이며, 그 삶의 중심에 인간이 놓여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언어의 형상화를 통하여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자신의 메시지를 내포하여 전하는 예술의 세계입니다.


 인간의 존재마저도 변모되고 마는 위기에 부딪친 요즈음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때 그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쓸 때 그것은 수필로 우리의 아픔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빛과 울림이 글에 담기는 것이 수필입니다. 희로애락의 느낌의 정서가 불꽃이 되어 이야기 가운데에서 타오르지 않으면 우리의 잠든 영혼을 깨우는 울림이 생겨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영혼을 깨우는 울림, 삶의 본질의 밑바닥에 흐르는 정서야말로 작품에 불꽃인 서정성으로 작품의 본질을 이루는 바탕이 됩니다.


 그러므로 수필은 내게 있어 구원의 길이며 영혼의 빛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필을 쓰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