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대상 (소설과 공동 당선)]
고물사
이봉주
부처가 고물상 마당에 앉아있다
금으로 된 형상을 버리고 스티로폼 몸이 된 부처
왕궁을 버리고 길가에 앉은 싯다르타의 맨발이다
바라춤을 추듯 불어온 바람의 날갯짓에 고물상 간판 이응받침이 툭 떨어진다
반야의 실은 낮은 곳으로 가는 것일까
속세에서 가장 낮은 도량, 古物寺
주름진깡통다리부러진의자코째진고무신기억잃은컴퓨터몸무게잃은저울목에구멍난스피커
전생과 현생의 고뇌가 온몸에 기록된 낡은 경전 같은 몸들이 후생의 탑을 쌓는다
금이 간 거울을 움켜쥐고 있던 구름이 후두둑 비를 뿌린다
뼈마디들의 공음空音, 목어 우는 소리가 빈병 속으로 낮게 흐른다
오직 버려진 몸들만 모이는 古物寺
스티로폼 부처는 이빨 빠진 다기茶器 하나 무릎 아래 내려놓고 열반에 든다
먼 산사에서 날아온 산새 한 마리 부처 어깨 위에 앉아 우는데
어디서 들리는 걸까
불기佛紀의 긴 시간 속에서 누군가 읊는 독경소리
古物寺 앞을 지나가는 노승의 신발무게가 독경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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