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문정희
고향에 갔는데 고향이 없다.
고향도 썩어버린 것일까.
마당 가운데 우물을 들여다본다.
세상에 단 하나
마지막 우물의 이름
어머니!
조심해라조심해라 가르친 데로
조심하고조심하고 돌아와 우물을 들여다본다.
오직 무사하기 위해 반생을 허비했다.
비겁과 거짓과 교활을 배우고
위선으로 먹은 밥은 늘 허기였다.
울컥! 우물 속으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고향은 또 어디로 사라졌을까.
어머니 대신
우물 속에
벼랑 끝 한 발을 더 내딛지 못해
아직 날개가 돋지 않은
살찐 불청객이 울며 나를 맞는다.
-<시로 여는 세상> 2015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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