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가의 집 김응숙 ‘부산시 동래구 망미동 00번지’ 어린 시절 살았던 집 주소이다. 수영강이 광안리 바닷가로 흘러들기 전 오른쪽으로 흘깃 눈을 돌리면 보이는 나지막한 산 아래에 들어앉은 동네였다. 남쪽으로 한참을 걸어가면 팔도시장과 5번 버스 종점이 있었다. 그곳에서 큰길을 건너면 광안리의 푸른 바다로 이어졌다.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갈대가 우거진 수영강둑이 길게 누워있었고, 그 너머로 수영비행장이 보였다. 강둑에는 저녁마다 핏빛보다 더 짙은 노을이 지곤 했다. 그 동네는 부산의 변두리 중의 변두리였다. 겨우 전기가 들어와 있었을 뿐 신작로에서는 언제나 먼지가 풀풀 날렸다. 동네 앞 넘실거리는 보리밭 건너 저 멀리 큰 공장의 지붕이 보이고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들이 보였다. 도시도 아니고 농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