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공부방

쓰기는 당신을 다듬어 키운다 / 송준호

희라킴 2018. 2. 16. 11:31



쓰기는 당신을 다듬어 키운다


                                                                                  송준호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을 지속적으로 다듬어 키워간다. 피트니스 클럽에서 날씬한 몸매를 가꾸기도 하고, 음악이나 미술 작품을 깊이 음미할 수 있는 소양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자신을 다듬어 키우는 방식으로 글쓰기만한 게 없을지도 모른다. 어째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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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이들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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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소설가, 신문이나 잡지의 기자, 방송국 PD와 같이 글쓰기가 직업인 사람들이나 평소 글을 열심히 쓰는 사람들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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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그들은 독서량이 풍부할 것으로 짐작된다. 어떤 방면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신이 쓴 글로 읽는 이들에게 새로운 사실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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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사람들 중에는 특히 감수성이 풍부한 이들이 많다. 감수성은 '자극을 받아들여 느끼는 성질이나 성향'을 뜻한다. 이런 감수성이야말로 읽는 이들의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주거나 새로운 느낌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원동력이다. 좋은 글을 쓰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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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있다. 글을 쓰는 이들은 관찰력도 뛰어나다. 그들은 언제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서 어떤 얘기를 나누든 항상 쓸거리를 찾는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풀잎 하나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글감이 될 만한 것이면 뭐든 남김없이 포획할 수 있는 포충망을 가슴속에 항상 숨겨갖고 다니는 게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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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참 독특하다 싶은 게 눈에 띌 때도 좀처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사물이든 사건이든 가리지 않는다. 수시로 메모하거나 머릿속에 새겨두기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렇듯 글을 쓰는 사람들의 눈과 귀는 언제든 열려 있다. 그러니 관찰력이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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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또 박학다식하고 잡학다식하다. 어느 시인은 들과 산에서 피어나는 온갖 꽃과 나무 이름을 모르는 게 없을 정도다. 심지어는 작은 들풀 하나조차 그 특유의 생태는 물론이고 재미나는 별칭까지 줄줄이 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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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지식은 어느 것 하나 거저 얻어지는 것이 없다. 잘 모르는 대상에 호기심을 갖고 식물도감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인터넷도 수시로 검색해서 얻은 결과다. 그렇게 해서 얻은 지식에 자신만의 생각과 느낌을 버무려서 그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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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이들은 보편화된 사실은 물론이고 그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끄집어내서 확고히 정립된 자신의 주관에 따라 세상이 변해가는 흐름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개인적인 일이든 사회적 사건이든 어떤 일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른다 싶으면 그 문제점이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간파할 줄 안다.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도를 찾는 데도 비교적 능숙하다. 그런 일이 갖는 사회역사적 가치나 상호관계의 의미망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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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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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성적이 껑충 뛰어서 장학금도 받고 싶고, 승진도 하고 싶고, 더 큰 아파트로 이사하기를 꿈꾼다. 매끈하게 빠진 자동차도 굴리고 싶다. 사이판이나 괌 같은 휴양지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야자나무 그늘 아래 누워서 휴가도 맘껏 즐기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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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백 명쯤 되는 청중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는 강연을 멋들어지게 하는 건 또 어떤가. 이태석 신부처럼 헌신적인 봉사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고 싶기도 할 것이다. 수백 년이 흘러도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시나 소설을 쓸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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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바라기만 한다고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이루려면 뭐든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알고 있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나는 어떻게 다르고 같은가. 내 안에 들어 있으되 정작 나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남다른 능력 같은 건 혹시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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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걸 알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지난날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현재 자신의 모습은 어떤가. 그런 다음 글로 쓰는 것이다. 그러면 나를 발견하고 정리할 수 있다. 나아가 지금보다 더 큰 나로 가꾸어갈 수 있는 길도 찾을 수 있다. 물론 나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글 쓰는 사람을 닮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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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지속적으로 쓴다면 나 또한 그들처럼 책도 많이 읽어서 아는 것도 많아지고, 감수성도 풍부해지고, 세심하게 관찰하는 습관도 생기며, 박학다식해질 뿐만 아니라, 넓고 깊고 체계적으로 생각할 줄 알게 될 거라는 믿음을 이제부터 마음속에 꾹꾹 다져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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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보았지 않은가. 글을 쓰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런 다양한 소양들이 별로 가치가 없다거나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그다지 쓸모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이 어느 하나라도 있는가. 아니, 오히려 그런 점들을 갖춰가는 것이 바로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는 길 아닌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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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이 피면

) -->그대 오신다고 하기에

) -->매화더러 피지 말라고 했어요

) -->그냥, 지금처럼

) -->피우려고만 하라구요(김용택,'매화'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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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막한 시 한 편이 우리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봄이 오면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는 게 '매화'. 어딘가에서 매화를 발견한 시인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매화에게 눈길을 주다 말을 걸기 시작한다. 그런 말 걸기를 통해 시인은 사랑하는 '그대'를 당장 만나는 반가움보다 기다리는 설렘을 오래오래 지속시키고 싶어하는 우리들 모두의 보편적 심정을 한 편의 깔끔한 시로 그려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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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생각해 보자. 아니, 입장을 바꿔놓고 상상해 보자. 이 시를 만약 당신이 썼다면, 당신도 가끔 이런 시를 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어떨까. 봄나들이를 다녀온 뒤 이런 시를 몇 편 써서 가까운 누군가와 함께 나눠 읽을 수 있다면, ,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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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즐거움을 누리면서 당신은 스스로를 썩 괜찮은 사람으로 얼마든지 가꾸고 바꿔나갈 수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글쓰기를 생활화하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머지않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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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가서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눈빛을 반짝이게 될 것이고, 인상적인 장면이 눈에 띄면 사진도 찍도 메모도 열심히 하게 될 것이다. 주변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지면 그걸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유심히 바라보게 될 것이다. 거기에 자기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기 위해 골똘히 생각하기도 멈추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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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지식이나 독특한 생각과 느낌이 담긴 책도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읽게 될 것이고,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곰곰이 생각해보는 습관이 몸에 밸 것이다. 나무 한 그루나 풀 한 포기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걸 글로 다듬어 지속적으로 쓰다 보면 머지않은 장래의 어느날 한층 성숙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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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야말로 나 자신을 다듬어 키우고, 나아가 자신을 크게 변화시키는 데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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