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은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같은 약속을 하기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번의 작별이 시작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면서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처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고 싶다
떨어져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가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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