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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의 해탈시

희라킴 2017. 6. 22. 09:46


서산대사의 해탈시


서산대사의 해탈시


근심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위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 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니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 나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 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 하겠소.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 마소.

잠시 머물다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깜깜한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게 있겠소.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마는 잠시 대역 연기

하는 것일뿐 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요.

내 인생 내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겠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