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수곽 (水廓) / 문정영

희라킴 2017. 2. 20. 12:18



      




수곽 (水廓) 


 문정영 
 
 
나는 한때 물처럼 맑다고 생각했다 .
물로 집 한 채 지었거나
물의 집이라는 생각도 가져 보았다 .
그런 나를 비추자 물빛이 흐려졌다 .
내가 지은 집은 지는 해로 지은 것이었다 .
고인 물을 막은 것에 불과했다 .
내가 흐르는 물자리였으면
새 몇 마리 새 자리를 놓았을 것이다 .
갑자기 눈물이 솟구치는 것을 보면
눈물로 지은 집 한 채가 부서졌고 ,
눈물도 거짓으로 흘릴 때가 많다고 생각했다 .
내가 누운 집이 두꺼비 집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 .
내가 깊다는 생각은 그만 두기로 했다 .
물은 엎드려 흐르는 것인데
내가 지은 집은 굽이 높았다 .



약력)1997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잉크』, 『그만큼』 등. 

      계간 『시산맥』 발행인. 윤동주 서시 문학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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