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스크랩] 아이를 기르다 / 신달자

희라킴 2016. 4. 18. 18:33

 

 

 

아이를 기르다


              신달자

 


김치를 담그는 일이 아이를 기르는 일과 같다는 여자를 만났다
남자를 사랑하면서 아이를 기르는 일과 같다는 여자를 만났다
수술대 위에 오르는 일은 아이를 기르는 일과 같다는 여자를 만났다

보이지 않는 내면을 문자로 읽어내는 여자
영혼의 삼천 계단을 오르며 허공의 건반을 두드리는 여자
백지에 내면의 색깔을 천 개의 색깔로 뭉개며 그리는 여자
제 몸보다 천 배 넘는 무게를 마음으로 들어 올리는 여자

늘 내가 나를 견디는 일이
아이를 기르는 일이라고
사랑은 아이를 만들지만 사랑하는 일은 아이를 기르는 일이라는 것.

 


 

                    -신달자. 쿨투라, 2009 여름호-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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