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심영일
아파트 내 자전거 보관소
목이 잠긴 그가 슬어가고 있다
녹이 슨다는 건 멈춰있다는 것
지나온 길을 돌아볼 때라는 얘기다
림을 이탈한 뫼비우스처럼 구겨져 있다
침이 마르도록 도망쳐도 만나게 되는 아침을
의심 없이 달렸을 혀
원심력을 견디지 못한 기억 몇 개는 튕겨 나가기도
했겠다
구르는 것은 각을 잃는다
아찔한 풍경을 달려 봐서 안다
모서리를 내놓지 않으면 쓰러져야 한다는 걸
교차로마다 머뭇거려야 한다는 걸
은행잎에 섞여 저녁이 오면
어둠을 걸친 그가 몸을 턴다
원형을 향해 엇갈린 살의 배열이
수천 킬로미터 달려온 시간을
킬로그램 단위로 환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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