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당선 시

[김부회 평론가상 수상작] 바퀴 / 심영일

희라킴 2020. 1. 16. 19:20



바퀴

 

심영일

 

 

아파트 내 자전거 보관소

목이 잠긴 그가 슬어가고 있다

녹이 슨다는 건 멈춰있다는 것

지나온 길을 돌아볼 때라는 얘기다

 

림을 이탈한 뫼비우스처럼 구겨져 있다

침이 마르도록 도망쳐도 만나게 되는 아침을

의심 없이 달렸을 혀

원심력을 견디지 못한 기억 몇 개는 튕겨 나가기도

했겠다

 

구르는 것은 각을 잃는다

아찔한 풍경을 달려 봐서 안다

모서리를 내놓지 않으면 쓰러져야 한다는 걸

교차로마다 머뭇거려야 한다는 걸

 

은행잎에 섞여 저녁이 오면

어둠을 걸친 그가 몸을 턴다

 

원형을 향해 엇갈린 살의 배열이

수천 킬로미터 달려온 시간을

킬로그램 단위로 환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