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나무의 소망
김윤배
다 절딴낭규
지난번 바람에도 많이 상했는디 이번에는 아주 절딴나구말었슈
왼케 바람이 쎄니께 말두 못해유
그럼유 다 쏟아지구 말었슈
퍼렇게 쏟아진 풋밤송이를 보구 있을라문 억장이 무너져유
온 산이 퍼렁규
가쟁이두 모두 찢어지구유 뿌리째 뽑힌 낭구두 수월찮유
지난해에두 밤농사는 거의 망했었슈
올해는 좀 괜찮을라나 했슈
그런디 그 오살을 할 눔의 태풍 십사홍가 멍가 하는,
하기사 삿짜 들어가서 안 죽을 눔 없는규
서울 사는 맏이유, 아이구 말두 말어유
월급쟁이 갈급쟁이라구 지 살기두 빠듯해유
멀 도와유
내가 밤 내서 돈 좀 올려보낼려구 그랜는디 이 모양이 됐으니 갸두 큰일이쥬
손자녀석 가애비라두 보탤라구 했는디
에릴적부텀 꼬부랑 말하고 꼼푸터하고 가르쳐야 한다구 즈 에미가 안달이라구유
밤농사가 거덜이 났으니 이제 어쩔규
증말이지 억장이 무너져유
날씨 원망하기는유 다 하늘이 하는 일이니 어쩐대유 하늘만 올려다볼 뿐이쥬
대책은 무신 대책이 있겄슈
허나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능규 산엘 올라야쥬
찢어진 밤낭구를 돌바야쥬
내보다 더 억장이 무너지는 눔이 밤낭구들 아니겄슈
탱글탱글한 밤알 하나 보름달빛 속으루 툭 소리내며 떨어뜨려보능게
밤나무들 소망 아니겄슈
지금은 라디오 시대, 최유라는 웃지 않았다 이종환이도 잠시 침묵했다 - 2002년 현대시학,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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