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냥을 갔다 와서 정원 장림을 거닐고 있었다. 개는 저만치 나를 앞서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개가 종종걸음을 치더니, 무슨 냄새라도 맡은 듯 가만가만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길쪽을 바라보다가, 부리가 노랗고 머리에 솜털이 난 새끼 참새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보금자리에서 떨어진 것이었다.(바람은 모질게 불어 자작나무를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새끼 참새는 몸을 움츠린 채 아직 부실한 날개를 함부로 치고 있었다.
개가 새끼 참새 있는 데로 가까이 이르렀을 때, 돌연 곁에 서 있는 나무 위에서 목이 까만 어미 참새가 개의 코 앞으로 마치 돌멩이 처럼 날아 내려왔다. 그리고는 전신을 벌벌 떨면서, 가엽게도 절망적 부르짖음을 외치고, 흰 이빨이 드러나 보이는 개의 입을 향해 두세 번 날면서 덤벼들었다.
그는 구원해 내고자, 자기의 몸으로 새끼를 감싸 준 것이었다..... 그러나 작은 몸뚱이는 공포로 인하여 벌벌 떨고 있었으며, 목소리는 이상하게 쉬어 있었다. 공포에 떨면서도 자기 몸을 내던졌던 것이다.
그의 눈에는 개가 굉장히 큰 괴물로 보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안전한 높은 가지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 의지보다도 강한 힘이 그를 날아 내려오게 하였던 것이다.
나의 토레솔은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도 또한 이 힘을 인정한 모양이었다. 나는 급급히 몸 둘 곳을 몰라하는 개를 불러가지고 경건한 생각에 잠겨 그 자리를 떠났다.
그렇다. 웃을 일이 아니다. 나는 이 작고 비장한 새에 대하여, 그 사랑의 충동에 대하여, 확실히 경건한 생각에 잠겼었다.
나는 생각하였다. 사랑은 죽음보다도, 죽음의 공포보다도 강하다. 오직 그것에 의해서만, 사랑에 의해서만, 인생은 유지되어 나가고, 진보되어 나가는 것이라고.
◈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 (1818년 11월 9일 ~ 1883년 9월 3일) 러시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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