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문학집배원 문정희의 시배달 - 문태준, 「엎드린 개처럼」 (낭송 최광덕)

희라킴 2016. 9. 20. 09:35





문태준, 「엎드린 개처럼」 (낭송 최광덕)

 

 


문태준, 「엎드린 개처럼」을 배달하며


시 속에서 말하는 ‘세계의 정오’는 지금, 여기이다. 생의 한가운데이다.  

시인은 엎드린 개처럼 생을 지나간다고 했다. 자신을 묶은 쇠사슬도 잊고 원하는 것도 없이 엎드린 개처럼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 어찌 엎드린 개처럼 지나 갈수가 있을까. 목에 묶인 쇠사슬을 잊을 수가 있을까.

한 평론은 ‘눈 속에서 백일홍이 핀 것을 보고 있기에 비굴하지 않다’고 했지만, 벌레처럼 눈을 반쯤 감고 있지만 나머지 반은 형형하게 뜨고 있기에 차라리 의뭉스러운 정직함이 있다’고 했지만 이 시속의 세계관은 마지막 두 구절에서 확연해진다. 세계의 바닥이 식기 전에, 꿈이 싸늘히 식기 전에...즉 생은 짧고도 짧다. 세계의 바닥과 꿈은 곧 식는다. 그런데 엎드린 개처럼 지나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가?! 아프고 안타깝지만 이것은 바람 속을 해쳐가는 그가 이룩한 하나의 슬픈 포즈이며, 목숨을 가진 인간의 근본 형상일 것이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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