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작은 유언
이병일
얘야,. 자두꽃이 한창이구나
불면의 신경 마디마디를 지우는
꽃비들이 희미하게 반짝이는데
벼락은 캄캄함에 눈먼 것들을 잘도 찾아가는구나
얘야. 생활이 편할수록 무르팍이 불편하구나
비를 켜는 악기 . 먹구렁이 울음이 보고 싶구나
먼 데 있는 산사나무 그늘이 불어나듯
내 몸이 몹시 가려워지는구나
나는 캄캄한 무르팍 펴고
앞산에 나가 취 뜯고
들깨 모종을 해야 한단다
빈속이 허하도록
데면데면 놀아야 한단다
나는 흙으로 다시 오지 않으려
종교도 없이 지냈단다
얘야 . 목이 마르구나
내게 이 빠진 호미를 다오
호미 끝엔 환한 세상이 와 있단다
- 이병일 시집 ' 아흔 아홉개의 빛을 가진'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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