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어머니의 작은 유언 / 이병일

희라킴 2016. 5. 24. 05:41





어머니의 작은 유언


  이병일



얘야,. 자두꽃이 한창이구나

불면의 신경 마디마디를 지우는

꽃비들이 희미하게 반짝이는데

벼락은 캄캄함에 눈먼 것들을 잘도 찾아가는구나

얘야. 생활이 편할수록 무르팍이 불편하구나

비를 켜는 악기 . 먹구렁이 울음이 보고 싶구나

먼 데 있는 산사나무 그늘이 불어나듯

내 몸이 몹시 가려워지는구나

나는 캄캄한 무르팍 펴고

앞산에 나가 취 뜯고

들깨 모종을 해야 한단다

빈속이 허하도록

데면데면 놀아야 한단다

나는 흙으로 다시 오지 않으려

종교도 없이 지냈단다

얘야 . 목이 마르구나

내게 이 빠진 호미를 다오

호미 끝엔 환한 세상이 와 있단다



- 이병일 시집 ' 아흔 아홉개의 빛을 가진'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