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 안도현
이웃집 감나무가 울타리를 넘어왔다
가지 끝에 오촉 전구알 같은 홍시도 몇 개 데리고
우리 집 마당으로 건너왔다
나는 익을 대로 익은 저 홍시를
따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몇날 며칠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은 당장 따먹어버리자고 했고,
딸은 절대로 안 된다 했다
이웃집 감나무 주인도
월경(越境)한 감나무 가지 하나 때문에
꽤나 골치 아픈 모양이었다
우리 식구들이 홍시를
따먹었는지, 그냥 두었는지
여러 차례 담 너머로 눈길을 던지곤 했다
그때마다 아내는 감나무 가지에서
홍시가 떨어질까 싶어 마음을 졸였다 한다
밤중에 변소에 가다가도
감나무 가지에 불이 켜져 있나, 없나
먼저 살핀다고 한다
아,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감나무 때문인가
홍시 때문인가
울타리 때문인가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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