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필

[스크랩] 행복하게 사는 법 / 박완서

희라킴 2016. 3. 20. 13:21

 

 

 

                                                   행복하게 사는 법 / 박완서

 

 

 

옛 성현의 말씀 중에도 이런 것이 있다 '이 세상 만물 중에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 하물며 인간에게 있어서 어찌 취할게 없는 인간이 있겠는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있다면 그건 아무도 그의 쓸모를 발견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견처럼 보람 있고 즐거운 일은 없다. 누구나 다 알아주는 장미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들꽃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소박하고도 섬세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것은 더 큰 행복감이 될 것이다.

 

우리 삶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이다 행복하려고 태어났지 불행하려고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각자 선택한 행복에 이르는 길은 제각각 다르다.  돈만 많이 벌면 행복해지리라 믿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출세하여 권력자가 되면 행복해지라라 믿는 사람도 있다. 그리하여 누구는 돈을 벌기위해 일상의 작은 기쁨은 희생하고 일만하다가 저녁이면 돈을 세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돈 세는 일은 갈증 난 이가 소금물을 마시듯이 잠시의 목마름은 채워줄지 모르지만 곧 더 목말라진다. 그래서 하루하루 더 욕심에 쫓기어 휴식을 모른다.

 

권좌에 오르고 싶은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권좌라는 사닥다리에는 정상이 없다. 설사 나 외엔 윗자리가 없는 정상에 올랐다고 치자 그러면 그 자리를 더 오래 혼자서 누리고 싶은 욕심에 뒤에서 기어오르는 모든 사람을 적대시하고 발길질하며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미처 정상의 기쁨도 누릴 새도 없이 말이다. 최고의 권력자나 최고의 부자도 시시하게 여길 수 있는 게 아마도 학문이나 예술일 것이다. 그러나 미美나 진리의 추구처럼 천부의 재능 없이는 끝이 안보이고 분야가 없고 ,설사 재능이 있다하여도 좌절과 절망을 일용할 양식 삼을 각오가 돼 있지 않으면 도전하기 힘든 분야가 그 분야라고 생각한다.

 

어떤 전문분야나 마찬가지이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좋은 대학만 들어가면 성공한 인생을 반쯤 달성한 줄 알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는 대학을 나올수록 가족이나 세상 사람들의 기대치도 높아진다. 기대에 못 미칠때 일류학벌이 도리어 열등감이 된다. 열등감처럼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게 없는데 그건 그 사람이 처음에 우월감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으스대는 쾌감을 알기에 아무도 안 알아주는 입장을 참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부자가 되거나 권세를 잡거나 전문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개인의 특별한 재능이듯이 행복해 지는 것도 일종의 능력이다. 그리고 그 능력은 성공한 소수의 재능과는 달리 우리 인간 모두의 보편적인 능력이다. 창조주는 우리가 행복하길 바라고 창조하셨고, 행복해 할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춰주셨다.

 

나이 먹어가면서 이를 실감하게 되는데 그것이 연륜이고 나잇값인가 보다 하늘이 낸 것 같은 천재도 성공의 절정에서 세상의 인정이나 갈채를 한 몸에 받는다. 하지만 그 성취감은 순간이고 그 과정은 길고 고되다. 인생도 등산이나 마찬가지로 오르막길은 길고 절정의 입지는 좁고 누리는 시간도 순간적이니 말이다. 이왕이면 과정도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인생은 결국 과정의 연속일 뿐 결말이 있는 게 아니다. 과정을 행복하게 하는 법이 가족이나 친척 친구 이웃 등 만나는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인간관계 속에서 남의 좋은 점을 발견해 버릇하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기적이 일어난다.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받을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런 인간을 하느님이 창조 하셨을 리가 없다 인생이란 과정의 연속일 뿐, 이만하면 됐다 싶은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게 곧 성공한 인생이다. 서로 사랑하라고 예수님도 말씀하셨고, 김수환 추기경도 말씀하셨다. 그 말씀은 너희 모두 모두 행복 하라는 말씀과 다름없을 것이다.

 

 

 

-  박완서 산문집 '노란 집'에서-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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