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필

상 타령 / 변현상

희라킴 2018. 2. 5. 12:02


                                                                           상 타령


                                                                                                                                      변현상
 


  날마다 먹는 밥에 상 붙이면 밥상이라
 
  아침에는 아침 밥상 점심때는 점심 밥상 늦은 저녁 퇴근해서 홀로 받는 저녁 밥상 말하자면 독상인데 또 다른 말로 하면 각상이 되는 건데 쉼 없이 먹는 밥상도 격과 품이 있는지라, 놀음판에 음식 차려 이름하여 놀음상, 진심으로 축하한다 잔칫날 받는 잔칫상에, 본상을 받기 전에 입가심으로 받는 상을 달리하면 입맷상, 찾아와서 고맙다 손님께는 손님상, 먹다 먹다 배가 불러 남겨놓은 대궁밥상, 혼자서 밥 먹으면 수명이 짧아진다 같이 먹는 겸상에다, 세 식구가 다정하게 셋이 먹는 셋겸상, 돈 없다 찬도 없다 대충 차린 쥐코밥상, 효도가 따로 있나 살아계실 때 잘해야지 웃어른께 진짓상, 풍성하게 잘 차렸다 교자상의 얼교자상, 대식구가 모두 모여 함께 먹던 두레상에, 적어도 반찬이란 다섯 가지는 차려야지 격식 차린 오첩반상, 다섯 가지 반찬을 어디 함부로 내어놓나? 졸지에 부자가 된 졸부의 칠첩반상, 마누라 친정 가면 외로이 먹는 외상 있네, 먹는 음식 너무 많아 한 상에 다 못 차려 덧붙어내는 곁상이라, 좋은 상은 그 옛날 임금님이 드시던 수라상이 으뜸인데 밥상도 이럴진대 다른 상은 또 뭐가 있나? 세상에서 제일 큰상 돈과 명예 노벨상에, 나이 어린 서방님이 병을 앓다 저승 갔다 일편단심 수절했다 장하다 열녀상에 낳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잘해야지 당연한 걸 잘했다고 한턱내듯 효행상에, 그래서 그 효도를 온 나라 방방곡곡 장려하자 장려상, 큰 공적 쌓았으니 빛나리라 공적상. 아무도 생각 못 한 그 생각이 뛰어났다 본받아라! 창안상, 어려운데 도와줘서 고맙다고 협조상, 우승했다 참 잘했다 훌륭하다 우등상, 지각없고 결석 없다 건강하면 받는 개근상, 이 정도 상 종류는 누구나 다 알겠지만 알면서 모르는 척 주고받는 상도 있어! 밖으로 굽는 팔이 이 세상에 어디 있나 제 자식 달래듯이 머리를 훑어 본 후 미리 찍은 예쁜 놈을 은근슬쩍 찍어주는 점지상이 첫 번째요, 또다시 추슬러서 끼리끼리 나눠 갖는 분배상이 두 번째요, 가나다라 차례 정해 지방마다 돌아가는 그 무슨 안배상에, 시킨 대로 두말하지 않고 소처럼 일 잘한다, 그래서 내려주는 머슴상이 네 번째라, 제자신도 어려운데 평소에 잘해준다 참 고맙다 보답상에, 올해는 네가 받고 내년에는 내가 받자 암묵으로 거래하는 기가 차는 거래상에, 한 일은 별로지만 이 바닥에 판 깐 지가 너무나 오래됐어!
그래서 챙겨주자! 서열상이 또 있는데, 부끄러움도 지워버린 필부(匹夫)들의 그 미소가 이리 보면 강도 같고 저리 보면 거지같아 메스껍다 불쌍하네! 그래서 조부께서 손자 이름 현상이라 단박에 지었을까? 구린내 나는 성(姓)이지만 이름 중에 상이 붙어 작품을 쓸 때 마다 상을 턱 받고 마네!
 
  변 현 상 얼마나 좋아! 상 보다 좋은 변현상!
 
 
 
  - 현대사설시조포럼 『문득, 먹먹한』2016. 고요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