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꽃 구경 가자 / 조윤하
희라킴
2017. 3. 20. 10:34
꽃 구경 가자 조윤하 다시 그 잔인했던 사월은 돌아 오고 눈 풀린 봄물 소리에 귀 열리지만 빛 그림자 물밑 깊게 갇힌 꽃다운 너희들의 신음 검은 파도에 물보라로 날려 아무 소리도 흔적도 없는 파랑(波浪) 아래 바다 바람은 여전한데 셀 수 없이 웅크린 몸 때리고 할퀴는 물벽 천 개의 바람 천 일도 넘게 엎드린 채 세번의 해를 넘기며 밤마다 별빛 문장을 읽어도 읽어도 만날 수 없는 그리운 가족의 얼굴을 훔치며 목이 팽팽히 잠겨 있는 팽목에서 아직 우릴 올려 줄 하늘 사다리 한가닥 내릴까 얘들아 너무 많이 아픈 채 너무 오래 기다렸지 그런데 말이야 먼 발치 밤 바다 불꽃 이랑을 훑던 파도소리 기어이 겨울 담벽을 훌쩍 뛰어 넘던 너울의 높이가 물낯 위를 스쳤고 그 밤 너희들의 길을 밝힌 3왓트 촛불들 죽은 듯 조용한 가지에서 홍매화 터지는 함성 들었니 이제는 너희도 뒤집어 쓴 침묵 너머 물너울 차고 올라 그리운 집 마당 환하게 피어난 살구꽃 고봉으로 핀 흰 밥알꽃 둘러 앉은 둥근 식탁의 웃음꽃 날리며 이 봄 모두 함께 꽃구경 가자. 출처: CN드림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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