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스크랩] 이웃집 / 안도현

희라킴 2016. 5. 12. 07:37

 

 

 

 

 

 

 

 

  이웃집

 

 

 

                               / 안도현


 

 


이웃집 감나무가 울타리를 넘어왔다

가지 끝에 오촉 전구알 같은 홍시도 몇 개 데리고

우리 집 마당으로 건너왔다

 


나는 익을 대로 익은 저 홍시를

따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몇날 며칠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은 당장 따먹어버리자고 했고,

딸은 절대로 안 된다 했다

 


이웃집 감나무 주인도

월경(越境)한 감나무 가지 하나 때문에

꽤나 골치 아픈 모양이었다

 


우리 식구들이 홍시를

따먹었는지, 그냥 두었는지

여러 차례 담 너머로 눈길을 던지곤 했다

 


그때마다 아내는 감나무 가지에서

홍시가 떨어질까 싶어 마음을 졸였다 한다

밤중에 변소에 가다가도

감나무 가지에 불이 켜져 있나, 없나

먼저 살핀다고 한다

 


아,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감나무 때문인가

홍시 때문인가

울타리 때문인가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