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스크랩] 시를 읽는다 / 박완서

희라킴 2016. 5. 12. 07:26

 

 

 

 

 

 

 

 

 

시를 읽는다

                      

                          /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Una Lagrima Furyiva-Giovanni Marradi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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