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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을 먹으며 / 정성화

우엉을 먹으며 정성화 남편이 선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을 때다. 배에서 가족 생각이 날 때 나를 어떤 모습으로 떠올리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노릇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을 가위로 숭덩숭덩 자르던 모습’이라고 했다. 실망스러우면서 민망했다. 그만큼 내가 삼겹살을 자주 구워 먹었다는 얘기다. 입맛도 연어처럼 제가 태어난 곳으로 회귀하는 걸까. 근래 들어 어릴 때 먹었던 음식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저녁별이 하나 둘 돋아나는 초저녁에 평상에 둘러앉아 먹었던 양푼이 비빔밥, 겨울이면 자주 상에 올라오던 갱시기죽. 아버지가 낚시로 잡아온 민물고기로 바특하게 조려낸 생선조림 등. 그때는 분명 먹기 싫었던 음식들인데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어쩌면 음식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더 깊이 우리 속에 남아..

좋은 수필 2022.06.26

암탉론 (나의 수필론) / 김응숙

암탉론 (나의 수필론) 김응숙 나는 암탉이다. 첫 문장을 써놓고 골똘히 바라본다. 짧고, 의미도 간결해 첫 문장으로 제격이지 싶다. 근데 다시 읽어보니 사람인 내가 암탉이 될 수는 없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나와 암탉 사이가 너무 멀다. 어린 시절 나는 외갓집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외할머니는 장독대의 눈이 녹기가 무섭게 양계장을 청소하고, 날개에 갓 깃털이 돋은 삼십여 마리의 병아리들을 채워 넣었다. 그때부터 물과 모이를 주는 것은 나의 소임이었다. 병아리들은 쑥쑥 자랐다. 솜털이 빠져 민들레 갓털처럼 양계장을 휘휘 돌아다녔다. 꽁지깃이 나고 봉숭아꽃색 벼슬이 맨드라미꽃처럼 붉어지면 중닭이 되었다는 표시이다. 나는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산란용 사료 부대를 헐고 푸성귀를 썰어 부지런히 모이를 주었다. ..

좋은 수필 2022.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