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엉을 먹으며 정성화 남편이 선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을 때다. 배에서 가족 생각이 날 때 나를 어떤 모습으로 떠올리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노릇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을 가위로 숭덩숭덩 자르던 모습’이라고 했다. 실망스러우면서 민망했다. 그만큼 내가 삼겹살을 자주 구워 먹었다는 얘기다. 입맛도 연어처럼 제가 태어난 곳으로 회귀하는 걸까. 근래 들어 어릴 때 먹었던 음식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저녁별이 하나 둘 돋아나는 초저녁에 평상에 둘러앉아 먹었던 양푼이 비빔밥, 겨울이면 자주 상에 올라오던 갱시기죽. 아버지가 낚시로 잡아온 민물고기로 바특하게 조려낸 생선조림 등. 그때는 분명 먹기 싫었던 음식들인데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어쩌면 음식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더 깊이 우리 속에 남아..